[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테니스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이 쉽게 테니스에 입문하고, 테니스 동호인들 간에 승부에 대한 집착보다는 상대방을 배려하며 즐기는 테니스 문화가 정착되길 기원하는 마음으로 책을 쓰게 됐습니다.
지난 6일 강남 한 카페에서 만난 테니스 동호인들의 교과서(?)인 ‘스매싱은 망치질이다’를 쓴 정선용씨의 말이다.
▷취미로 즐기던 테니스 관련 책을 쓰게 된 동기는 무엇인지?
-서울에서만 대기업, 공공기관 등에서 35년간 잘리지 않고 월급을 받았다는 것만으로 출세한 것이지요. 그 비결의 하나가 취미로 건강관리로 테니스를 했다는 것입니다. 대기업에 입사하면서부터 사내 테니스 동호회 간사를 맡아서 업무상의 애로나 문제가 발생해도 동료들과 주말에 테니스 치고 생맥주 한잔하며 풀곤 했죠.
1980년대 언론사, 금융기관, 대기업 등에서 테니스 좀 친다는 사람들로 결성된 ‘훼미리클럽’의 멤버가 돼서 서부역 코트(현 코레일 역사)에서 새벽 운동을 하고 주말이면 어김없이 여의도, 비가 오면 실내코트에서 테니스를 하며 젊은 시절을 보냈어요.
공공기관에 근무할 때는 공무원들과 원효로, 국회, 가락동 등에서 주말 테니스를 하면서 친목 쌓았습니다. 이런 만남이 건강관리는 물론 조직 생활을 윤택하게 하는 윤활유가 되더군요. 사람을 만나 같은 취미를 즐기고 신뢰감이 쌓이는 즐거움이 상당히 컸습니다.
2017년 6월 정년퇴직을 1년을 앞두고 ‘두 번째 명함’이라는 책을 보다가 은퇴 후의 삶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 그리고 제일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 고민을 했지요. 당시 최석만 코치(이하 최사부)에게 테니스 비급을 전수받으면서 비급 노트를 2권 째 열심히 기록할 무렵이어서 책을 써보자고 마음 먹었습니다. 최사부의 가르침을 책으로 써 보겠노라고….
▷최사부와 인연은 어떻게 맺어졌습니까?
-테니스를 30년 가까이 칠 무렵인 2012년(당시 55세)에 테니스 생활 체육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테니스라는 운동은 꾸준히 하지 않으면 선수 출신일지라도 쉽게 녹이 스는 운동입니다. 실력을 유지하기 위해 여러 코치를 수소문 하면서 코트깨기(코트마다 찾아가 잘치는 사람과 대결해 이기는 것)을 위해 여러 코트를 찾아다녔지요. 그러던 어느 날 과천 관문 코트에서 최사부를 처음 만났습니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큰 눈, 큰 바위 얼굴이 왠지 모를 신뢰감을 줬죠. 2015년 7월 중순이었어요.
▷ 책을 쓰게 된 계기는?
-2015년 7월 최사부로부터 배우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만난 코치들과는 구사하는 테니스 언어가 달랐다고나 할까요. 쉽고도 독특한 생활 속의 용어로 제게 주문을 하곤 했습니다. 신기하다는 생각에 레슨이 끝나면 스마트폰에 녹음해두었다가 저녁에 기록하기 시작했습니다.
5개월이 지난 12월이 되니 대학노트 한 권이 됐습니다. 그래서 그걸 엑셀 시트에 날짜별로 포/백핸드스트로크, 포/백발리, 스매싱, 서브, 전술로 구분해 정리했습니다. 이것이 책을 쓰게 할줄 그땐 몰랐습니다.
▷‘스매싱은 망치질이다’라는 책제목이 인상적입니다. 테니스를 연상시키는 것과는 거리감이 있는 데, 이렇게 제목을 정한 이유는?
- 처음 책 쓰기를 하면서는 UDT(우리 동네 테니스)로 하려는 생각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나름 테니스를 즐기는 제 딸과 상의를 한 끝에 최사부 가르침 중 ‘발리는 북 치기다’와 ‘스매싱은 망치질이다’라는 2가지 중에서 고민했습니다. 몇 년 전에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읽은게 기억나 그 책 제목처럼 임팩트가 있는 제목이 좋겠다는 딸의 의견을 따른 것입니다.
▷책에 테니스를 유리창 닦기, 낚시 등 일상생활 용어로 많이 비유합니다. 최사부 레슨의 강점을 말씀해주신다면?
-최사부의 레슨은 독특한 언어 구사와 맞춤형 개인지도가 특징입니다. 테니스 동작 하나하나를 생활 속 용어로 표현해주므로 갑자기 아! 하고 무릎을 치게 만든다고 할까요.
볼을 ‘아래에서 위로 치세요.’, ‘볼을 마중 나가세요.’ ‘유리창 닦듯이 회전하세요(포핸드 스트로크).’, ‘낚시질하듯이 낚아채세요(백핸드스트로크).’, ‘북을 치듯이 치세요(발리).’, ‘철봉에서 배치기 하듯이 등을 제치세요(서비스).’, ‘천정에다 망치질하세요(스매싱).’ 등등 최사부만의 재미있는 표현들이 넘칩니다.
코트에서 배울 때는 인식하지 못하다가 기록 노트와 엑셀 시트를 정리하면서 자신만의 독특한 일상의 용어를 만들어내기까지 엄청난 내공이 필요했겠구나라고 생각하곤 했습니다.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테니스라는 한 가지 일에 몰두하면서 자신만의 언어를 만들어낸 사부님이 진정한 고수라는 걸 새삼 깨달았습니다.
▷테니스 분야를 십계명으로 정리했는데 어떤 과정을 거쳐 십계명이 탄생하였는지요.
-테니스라는 운동은 준비, 임팩트, 팔로우의 3단계 동작으로 나누어집니다. 내 기록 노트와 엑셀 시트를 만들어서 위 3단계 동작에 최사부의 가르침을 맞춰보니 스트로크, 발리 등에서 10가지 용어로 정리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순간 십계명화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사실 용어를 단순화해 연결되게 하는 과정이 쉽지 않더군요. 여러 차례 시행착오를 거쳐서 사부님과 의논하고 거듭 확인을 부탁드렸습니다.
▷발간 이후 저자로서 바라는 것은
-저자가 된 이후에 그동안 같이 테니스를 했던 분, 지인들에게 사인을 해서 책을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보신 분들이 블로그에 올려주고, 리뷰를 올려주고, 메일로 격려도 해주셔서 몇 배의 선물로 돌아오더군요. 커다란 기쁨이었습니다.
테니스는 저에게 있어서 인생입니다. ‘내가 공부하는 이유’의 저자 사이토 다카시는 “그 어떤 순간에도 후회 없는 삶을 사는 유일한 방법은 오직 공부뿐”라고 했습니다. 좋아하는 분야를 도전하고 공부하며 평생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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