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미제사건 전담수사팀 신설 이후 강력사건 52건 해결
민갑룡 경찰청장이 20일 오후 '개구리소년 사건'의 유골발견 현장인 대구 달서구 와룡산 세방골을 찾아 소년들을 추도 한 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1980년대 전국을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특정된 가운데 전국의 다른 미제살인사건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과학수사가 발전함에 따라 DNA 분석 등으로 장기 미제사건도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21일 경찰에 따르면 전국 지방경찰청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이 수사 중인 살인 미제 살인 사건은 268건이다. 현재 17개 지방청 전담수사팀 73명이 재수사를 벌이고 있다. 지방청별로는 서울이 59건으로 가장 많고 경기 남부(37건), 부산(26건), 경북(16건), 경기 북부·울산·충북(14건) 등 순이다.
대표적인 사건은 ‘태완이 사건’이다. 여섯살이었던 김태완 군은 1999년 5월 20일 대구의 한 골목길에서 괴한으로부터 황산 테러를 당해 49일간 투병 끝에 숨졌다. 현재까지도 범인을 찾지 못하고 공소시효도 만료됐지만,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른바 ‘태완이법’) 입법 계기가 됐다.
대구 ‘개구리 소년’ 사건도 대표적 장기 미제 사건이다. 개구리 소년 5명은 1991년 3월 26일 도롱뇽 알을 줍기 위해 집을 나섰다가 2002년 9월 26일 세방골에서 유골로 발견됐다. 유골 감식 결과 두개골 손상 등 흔적이 확인돼 타살로 추정되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 이 사건도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된 상태다.
이 밖에도 ‘그놈 목소리’의 소재가 된 이형호(당시 9세) 유괴·살인사건, 포천 여중생 살인사건, 대전 국민은행 강도살인 사건, 강원 양구 전당포 노부부 살인 사건 등도 여전히 미궁에 빠져있다.
보통 발생한지 5년이 지나면 미제사건으로 분류된다. 경찰은 지난 2011년 12월 각 지방청에 미제사건 전담팀을 만들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경찰이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 연쇄살인 사건’ 용의자를 특정하면서 다른 미제사건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실제로 경찰의 끈질긴 추적과 과학 수사의 발전으로 뒤늦게 사건 해결의 빛을 본 사건들이 있다. 2001년 6월 경기 용인 ‘교수 부인 살인사건’, 2001년 2월 전남 나주 ‘드들강 여고생 성폭행 살인사건’, 2002년 4월 충남 아산 ‘갱티고개 노래방 주인 살인사건’, 서울 구로구 ‘호프집 주인 살인사건’ 등이다.
살인사건뿐만 아니라 강도·강간 등 미제 강력사건 해결에도 성과를 올리고 있다. 살인·강도·강간 등 전담팀이 해결한 미제 강력사건은 총 52건(여죄 포함 139건)에 달한다. 검거된 인원은 79명이고 이 가운데 52명이 구속됐다. 범죄 유형별로는 살인(강도살인·강간살인 포함)이 24건, 강도강간 11건, 강도 6건, 강간·추행 11건이었다.
경찰은 이번 화성연쇄살인 사건을 계기로 전국적으로 산재한 각종 미제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20일 개구리소년 사건 발생 장소인 대구 달서구 와룡산을 찾아 “모든 첨단 과학기술을 동원해 유류품을 재검증해 조그마한 단서라도 찾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며 “다른 미제사건들도 범죄 가능성이 뚜렷한 모든 사건에 역량을 투입해 전면적으로 재수사 하겠다”고 말했다. sa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