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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법·무능한 인천시 행정

[헤럴드경제(인천)=이홍석 기자]인천광역시 행정이 ‘무법·무능’ 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 싶다. 좀 더 강한게 말하면, ‘행정테러’라고 표현해도 무방할 듯하다.

이는 지난 약 3개월 동안 26만1000세대, 63만5000명이 적수로 인한 피해를 입었던 인천 ‘붉은 수돗물’ 사태와 관련해 인천시상수도사본부 공무원들이 탁도계를 조작한 사실이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인천에서는 인재(人災)에 의한 씻을 수 없는 최대의 사건인 셈이다.

당시 환경부는 붉은 수돗물 사태를 발생케 한 공촌정수장의 탁도계 고장으로 피해가 커졌다고 발표했다.

이에 경찰은 이 정수장의 탁도계가 조작됐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그동안 수사를 벌여왔다.

결국, 인천시상수도사업본부 공무원들이 수돗물의 탁도를 측정하는 탁도계를 임의로 껐던 것으로 지난 24일 경찰 수사에서 드러났다.

환경부가 “탁도계 고장으로 정확한 탁도 측정이 이뤄지지 않았다”고 발표한 당시의 정황이 사실로 밝혀진 것이다.

인천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날 붉은 수돗물 사태 당시 인천시 상수도사업본부 공촌정수장 소속이었던 A 씨 등 2명을 공전자기록 위·변작 및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또 상수도사업본부 직원 B 씨 등 5명도 직무유기 등의 혐의로 입건했다.

A 씨 등은 지난 5월 30일 인천시 서구 공촌정수장 급수구역에서 남동구 수산정수장의 물을 대체 공급하는 ‘수계전환’을 하는 과정에서 공촌정수장의 탁도를 측정하는 기계 작동을 임의로 끈 혐의를 받고 있다.

탁도계가 가동을 멈추면 기계에 표시되는 탁도 수치 그래프가 일시적으로 정상으로 표시된다. 공촌정수장 탁도계는 수돗물 탁도 수치가 0.12NTU 이상일 때 경보음이 울리도록 설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촌정수장 탁도는 평균 0.07NTU이지만 지난달 수계전환 이후 30분 만에 최대 0.24NT로 3배 수준까지 늘어났고, 별도의 조치 없이 붉은 수돗물이 각 가정으로 공급돼 결국 사태를 초래하면서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았다.

상수도본부 공무원들이 당시 탁도계를 조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상당한 의문을 남기고 있다.

탁도계 조작은 인천시 행정에 직격탄을 맞게 했다. 사실 그대로가 아닌 ‘일단 피하고 보자는식’의 행정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속이고 속이는 ‘무능행정’의 극치이다.

이를 관리·감독하는 인천시도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다. 상수도본부 직원만 나무랄께 아니다. 인천시 의 내부 조직에도 문제가 있다.

적수 사태 당시 정확한 상황 판단에 의한 보고가 신속하고 체계적으로 진행됐었더라면, 이렇게까지 심각한 지경에 이르지는 않았을 것이다.

시정의 책임자 박남춘 인천시장도 이 문제 만큼은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않된다. ‘행정 리더’로서, 초기 사태 대응에 대한 현장 파악을 담당 공무원 보고에만 의존했던 부분에 대한 ‘무능행정’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앞서 상수도본부는 지난 2015년 인천 관내 노후된 수도관 405㎞를 오는 2020년까지 교체하는 ‘노후 수도관 정비 중기(6개년) 계획을 세웠다.

연간 68㎞씩 교체키로 한 이 계획이 그동안 시행이 얼마나 진행됐는지는 모르지만, 이 계획 이후 적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만약 계획대로가 아니라면, 인천시 ‘무능행정’의 일면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는 이번 사태로 인해 또 다시 노후 수도관로 교체 사업에 8600억원의 예산을 세웠다. 단순히 배관만 교체할 것이 아니라 배관을 교체하면서 적수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수도 배관 정화제품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사전 방지를 위해서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에서는 적수 예방을 위해 수도 정화제품들을 사용하고 있다.

어째든, 이번 경찰 수사 결과에 드러났듯이 인천상수도본부 공무원들의 탁도계 조작은 피해를 악화시켰고 주민들의 생활피해를 초래한 엄청난 사고였기 때문에 인천시의 ‘무법·무능’ 행정이 낳은 결과여서 인천시민들의 커다란 상처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탁도계 조작이라는 ‘인재’에 의한 ‘행정테러’여서 앞으로도 믿고 가야 할 인천시 행정에 시민들은 여전히 불안하기만 하다.

gilber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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