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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1등은 남다른 계획이 있다

“몸은 대학생인데, 행동은 여전히 중학생인거죠. 스스로 뭘 공부할지 어디에 힘을 쏟을지를 정해야 되는데, 혼자서는 생각해낼 힘이 없어요. 그러다보니 다른 애들 어떻게 하나 쳐다만보고 있는거죠”

혁신산업 분야에서 이름이 많이 알려진 A씨가 미팅 자리에서 꺼낸 이야기다. “요즘 일의 대부분은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이라는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자금부족이나 다른 기업과의 경쟁, 인력난 같은 문제가 아니라 좀처럼 바뀌지 않는 ‘인식’과의 싸움이라고 했다.

A는 “미국, 아니 하다못해 그 보수적인 일본에서도 사업계획을 꺼내면 처음 듣는 이야기라면서 관심을 갖는데, 우리나라에선 처음 들어보는 이야기니까 유사사례를 찾아오라고 해요. 정부건 금융기관이건, 기업이건 마찬가지죠. 우리가 최초인데 비슷한 사례가 있을리가 없죠”라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에 과연 혁신 DNA가 있을까를 반문했다. 정보화 혁명의 시대에, 그에 걸맞는 새로운 기술과 거업을 받아들이고 새로운 산업구조를 향해 나아갈 의지와 능력이 있느냐는 이야기다.

4차산업의 현장에서 느끼는 느낌도 그의 인식과 비슷하다.

정부가 4차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우겠다고 나선지 2년이 다 되어 가지만 눈에 띌만한 변화의 양상은 보이지 않는다.

남들이 안하거나 못하는 걸 해야되는 시대에, 머뭇거림과 눈치보기가 더 많이 감지된다.그러다보니 진전이 없다.

다른 나라는 차량공유를 넘어 플라잉 택시, 개인용 비행 수트 등 하늘위 모빌리티가 실험되고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택시는 어찌하리오” 문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총론과 각론이 어긋나는 모습도 많다.

‘AI 산업을 키우자’면서도, 인공지능의 양분 역할을 하는 데이터 수집은 개인정보보호의 이유로 올 스톱이다. 정부까지 나서서 세계 최초 타이틀에 매달렸던 5G는, 상용화 이후에는 정작 “요금이 비싸네 싸네” “우리회사가 더 빨라요”같은 수준의 논쟁만 생산해내고 있다.

학창시절을 되돌아 보면 도서관에 가장 오래 앉아있던 친구들은 반에서 10등쯤 하는 친구들이었다. “공부 열심히 하자”하면서 그저 진득허니 자리를 열심히 지켰지만 성적은 항상 비슷한 수준이었다.

오히려 1~2등 하는 친구들은 달랐다. 자기 템포에 맞춰 알아서 잠도 많이 자고, 틈틈히 운동장에서 공도 찼다. 대신 구체적이면서도 남다른 계획이 있었다, “수학 95점 맞으려면 확률 통계를 집중적으로 공부해야한다”던지 “본고사를 대비해서 유명한 사상서 10권을 3개월내에 다 읽겠다”고 했다. 남들이 뭐하는 필요이상 신경쓰지 않았다.

지금 우리 경제, 우리 기업에게도 필요한 건 그런게 아닌가 싶다. 변화의 시대에 “1등하자”고 여기저기서 외치고 있지만,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더 열심히 하자는 수준에 그친다. 다른 나라 다른 기업들은 뭐하는 지만 눈치를 살피고 있다. 그렇다보니 피로만 늘어간다. 남다른 계획이 있으면 좋겠다.

sw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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