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월트디즈니 2.5배, 서울시의 절반 규모
인프라 투자만 9.4조…삼성, 전방위 협력
뚝심의 총수 ‘이재용의 중동경영’ 신호탄
이재용(왼쪽 두번째)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5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있는 삼성물산 지하철 공사현장을 방문한 모습. [삼성전자 제공]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중동은 21세기 기회의 땅”이라며 미래의 핵심 사업 지역으로 지목한 ‘중동경영’이 본격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삼성이 총 사업비가 9조원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와 키디야 프로젝트의 양해각서를 체결한다. 무궁무진한 중동의 ‘오일머니’ 획득을 계기로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 부회장의 승부수가 본 궤도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키디야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는 사우디가 석유 의존형 경제체제에서 탈피하기 위해 내세운 국가 경제 개조 프로젝트 ‘사우디 비전 2030’의 일환이다.
사우디 정부는 2016년 총 7000억달러(약 837조원)을 들여 ‘석유왕국’ 사우디를 첨단 산업국가로 변신시키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이같은 막대한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한 중동이 4차 산업혁명시대 삼성그룹의 미래 먹거리 원천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우디 왕국 엔터테인먼트 수도’ 삼성 전방위 협력=사막 한복판에 세워지는 키디야 엔터테인먼트 복합단지는 ‘왕국의 엔터테인먼트 수도’로 불린다. 사우디 정부는 키디야 프로젝트를 통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활성화하고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겠다는 복안이다.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서 차로 1시간 거리(45km)인 키디야는 사우디 중부 사막지대다.
사우디 정부는 이곳에 인프라 시설에만 300억 리얄(80억달러·약 9조3500억원)을 투입해 초대형 엔터테인먼트 도시를 건설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 디즈니에서 CEO를 역임한 마이클 레이닝어를 선임했고, 투 월드 트레이드 센터와 레고 사옥 등을 설계한 유명 건축가 비야케 잉겔스를 영입했다.
키디야 단지 내부는 세계 최대 놀이공원 회사인 미국의 식스 플래그스의 테마파크와 워터파크, 자동차 레이싱 시설, 실내 스키장, 자연 명소, 문화 및 문화유산 행사 등 총 6가지의 테마를 중심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또 국내외 관광객을 위해 대형 호텔 및 쇼핑몰이 들어서고, 2025년까지 4000가구, 2030년까지 1만1000가구의 별장용 주택과 국내외 유수 기업의 진출 확대 위한 상업 지구가 조성된다.
삼성은 이번 양해각서 체결로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 탁월한 EPC(설계·조달·시공) 능력을 보유한 삼성의 건설 부문 핵심 계열사들의 대규모 협력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 4월 사우디의 살만 국왕이 공식 선포한 키디야 프로젝트는 2022년 1차 완공, 2035년 최종 완공이 목표다. 사우디 정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2030년까지 매년 1700만명의 관광객을 유치하고 5만7000명의 고용창출 효과를 낼 것으로 전망했다.
▶중동 직접 챙긴 이재용…삼성發 2차 중동붐 불까=삼성과 사우디의 키디야 프로젝트 협력을 계기로 삼성발(發) 2차 중동붐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키디야 개발 자금의 50%를 대고 있는 사우디 국부 펀드 PIF(Public Investment Fund)는 총 5000억달러(584조원)가 투입되는 세계 최대 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인 ‘네옴(NEOM) 프로젝트’와 100억달러(11조7000억원) 규모의 홍해 개발 프로젝트도 맡고 있다.
반도체·5G(5세대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등 첨단 ICT(정보통신기술)에서 경쟁력을 보유한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물산, 삼성엔지니어링, 삼성중공업 등 계열사가 ‘포스트 오일’ 시대를 준비하는 사우디와 강력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앞서 삼성물산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 초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 (높이 828m)를 건설한 경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부르즈 칼리파가 ‘대한민국이 피운 사막의 꽃’이라면 키디야는 ‘대한민국이 피운 사막의 엔터시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재용 부회장은 올들어 중동경영에 각별한 공을 들였다. 특히 사우디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는 올들어 세차례 회동했다. 사우디 국방장관도 겸임하고 있는 빈 살만 왕세자는 ‘미스터 에브리싱(Mr. Everything)’으로 불릴 만큼 권한이 막강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방한한 빈 살만 왕세자를 청와대와 삼성 영빈관인 승지원에서 하루 두번 잇달아 만났다. 승지원에서는 4대 그룹 총수와 함께 회동했으며 다른 총수들이 돌아간 뒤에는 빈 살만 왕세자와 정원에서 단독 만남을 갖기도 했다.
이어 지난달 17일에는 이 부회장이 사우디 방문 중에 빈 살만 왕세자와 3개월 만에 재회했다. 두 사람은 산업, 건설, 에너지, 스마트시티 분야에 대한 투자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반도체 부진과 파기환송심 재판 등 대내외 엄중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기업 총수로서 역할을 뚝심있게 해나가는 것으로 보인다”며 “삼성의 중동사업 확대는 국내 관련 기업들에도 새로운 사업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