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갈등, 국가경쟁력 저해 요인
노동시장 51위로 세 계단 하락
2017년 1~9월 20만대가 훌쩍 넘었던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생산량이 올해 같은 기간 12만대를 간신히 넘겼다. 내년에는 7만대 수준으로 뚝 떨어진다. 만들 차가 없어서다.
2017년 한 해에만 26만대를 웃돌았던 르노삼성의 연간 생산량이 추락을 거듭하게 된 배경에는 노사 갈등이 자리잡고 있다. 그 동안 부산공장 생산량의 절반 가량인 연산 10만대를 차지하던 닛산 로그의 위탁생산이 내년 초 끝나며 사측은 올해 초 후속 생산 모델을 따내려 했지만, ‘노사 갈등이 마무리 돼야 한다’는 르노그룹의 반대로 결국 무산되고 말았다.
한때 공고한 내수 3위였던 한국지엠(GM)도 상황은 비슷하다.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 감소에 노사갈등까지 겹치며 판매량은 물론 생산량까지 뚝 떨어졌다.
▶국가경쟁력은 13위, 노사간협력은 130위…반복되는 갈등에 경쟁력 ‘뚝’=노사 갈등은 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마저 악화시킨다. 세계경제포럼이 전 세계 141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2019세계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141개국 가운데 13위로 지난해보다 두 계단 상승했지만, 노동시장 부문은 51위로 세 계단 내려왔다. 특히 노사간 협력의 경우 지난해 124위에서 올해 130위로 여섯 계단이나 뒷걸음질 친 상태다. 30일 서울 서초구 한국자동차협회(KAMA)에서 열린 ‘자동차 선진국과의 노사 관계 비교 평가’ 포럼에서도 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발표자로 나선 김준규 KAMA 이사는 “우리 나라의 노사간 협력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라며 “대립적 노사관계, 정규-비정규직 간 차이 등이 노동시장 경쟁력에 최대 걸림돌”이라고 지적했고,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자동차 산업 재편의 3대 요인이 기술·시장·노동”이라며 지금같은 노사관계로는 결코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김 교수는 ▷임금고용의 경직성을 야기하는 호봉제 ▷노동의 부익부 빈익빈을 만드는 노동조합의 전임자 임금지급 등의 특권 ▷기업의 성장을 저해하는 전투적·정치적 노동운동 ▷노동계에 편향된 정치 등을 이른바 ‘5대 노동적폐’로 규정하고 이를 타파해야 생산성도 향상되고 이를 통한 임금 인상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대립에서 협력으로…‘맞손’ 잡았더니 경쟁력도 ‘쑥’=주요 자동차 생산국 가운데 한국의 노사 분규는 유난히 잦다. 2000년 이래 현대차는 2007년·2009년·2011년·2019년을 제외한 나머지 해마다, 기아차는 2010년과 2011년, 단 두 해를 제외한 거의 매년 파업을 벌였다.
물론 일본과 독일, 미국 등도 갈등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일본 도요타의 경우 1950년대 다년 간의 노사갈등을 통해 대립이 모두에게 피해라는 사실을 자각, 1962년부터 쭉 무파업을 지속해오고 있다. 그 결과, 세계 1~2위의 생산성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독일 폴크스바겐도 2001년 7월 일자리 5000개·월수입 5000마르크를 보장하는 이른바 Auto5000 프로젝트에 합의하며 250만대 수준의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우리 자동차업계 역시 대립적 갈등적 노사관계를 청산하고, 국내생산을 유지·확대하기 위해선 노동 관련 법·제도의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김 이사는 “산업특성을 감안한 3~4년 단위의 중장기 임금협약을 통해 생산성 범위 내에서 인금인상 수준을 책정해야 하며, 4~5년이 소요되는 신차개발 기간 등을 고려해 교섭주기도 중장기로 전환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혁신을 통한 고용 안정, 생산성 향상을 통한 임금인상이 가능하도록 시장 중심 미래중심 노동시스템의 혁신은 물론 노동계와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혜림 기자/rim@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