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한미훈련 조정’ 시사에 北측 밤늦게 담화
-이틀간 네차례 ‘대화신호’…연말 앞두고 기대감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15일 서울 국방부에서 열린 제51차 한미안보협의회(SCM)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북미간 대화의 흐름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지난달 5일 ‘스톡홀름 노딜’ 이후 1개월 넘게 교착 상태에 놓인 북미간 대화가 이틀간 네 차례의 성명전이 이어지는 등 다시 활기를 띠며 연내 북미 실무협상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북미 실무협상 북측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14일 밤 담화를 통해 최근 다음 달 다시 협상을 하자는 미측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로의 제안을 전격 공개했다.
김 대사는 담화에서 “우리를 얼려보려는(달래보려는) 불순한 목적을 여전히 추구한다면 그런 협상에는 의욕이 없다”며 압박하면서도, “협상을 통한 문제해결이 가능하다면 임의의 장소에서 임의의 시간에 미국과 마주 앉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미국의 제안을 수용해 내달 중 북미 실무협상에 나설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미연합훈련을 고리로 북미간 기싸움이 이어지면서 사실상 멈춰선 북미 대화판이 다시 급박해진 모양새다.
북한은 지난 13일 김정은이 위원장으로 있는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에서 한미공중훈련을 북한의 선의에 대한 배신이라며 미국이 ‘경솔한 행동’을 삼가지 않을 경우 ‘새로운 길’을 가겠다는 등 내년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강력한 경고메시지를 날렸다.
이후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13일(현지시간) 방한 중 기내간담회에서 “외교적 필요에 따라 훈련 태세를 더 크게 혹은 더 적게 조정할 것”이라며 북한과의 외교적 대화 증진을 위해 훈련을 조정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에스퍼 장관의 메시지가 나온지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김 대사 명의로 담화가 나온 것이다.
김영철 북한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위원장도 같은날 에스퍼 장관의 발언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담화를 내고 “나는 미국이 남조선과의 합동군사연습에서 빠지든가 아니면 연습 자체를 완전히 중단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싶다”고 밝혔다.
북한이 그동안 ‘연말’ 시한을 내세우면서도 여전히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않은 채 대화의 모멘텀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과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북미간 성명전은 실무협상 재개의 긍정적 분위기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특히 김 대사와 김영철 위원장 담화는 그동안 북한이 한국시간 오전시간대에 입장을 발표해온 것과 달리 한국시간 늦음 밤, 미국 시간 아침에 나오면서 미국에 대한 메시지를 좀 더 분명히 전달했다는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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