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할 서대문구 중재 커녕 뒷짐만
서울 서대문구 홍제동 제1주택 재건축정비사업지(홍제 1구역)에서 제 권리를 받지 못하고 쫓겨난 한 조합원이 조합과 힘겨운 싸움을 계속하고 있지만, 다툼을 중재해야 할 관할구청은 소극적 행정으로 일관하고 있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이 조합은 해당 조합원과의 합의 내용을 뒤집고, 암에 걸려 투병 중인 조합원에게 출석을 요구하는 등 비인륜적인 언행을 하는데도 서대문구는 수수방관만하고 있다.
잇따른 사회 취약계층의 극단적 선택 배경으로 자치구의 소극행정이 도마 위에 오르는 가운데, 문석진 서대문구청장 등 구청 공무원들이 이번 사안을 다루는 자세는 싸움판에 끼고 싶지 않다는 공직 특유의 보신과 복지부동을 연상케 한다.
▶헤럴드경제 8월23일자 기사 참조
21일 서대문구와 홍제1구역 조합, 조합원 박모씨 등에 따르면 지난달 말께 홍제 1구역 사업지 내 마지막 미이주 조합원이던 박씨의 언니와 조합 대표자는 우상호 국회의원 사무실에서 모여서 박 씨 자매가 보유한 200㎡의 땅과 주택 2채(192㎡)에 대해 재건축에 대한 보상을 논의했다.
보통 조합원이라면 이 정도 보유로는 84㎡ 1채와 59㎡ 1채 등 2채의 분양권을 받을 수 있지만, 재건축의 행정 절차에 대해서 무지했던 박씨 자매는 평형 신청 단계를 놓치고 조합 임원의 “2채를 받을 수 있게 주겠다”는 말 만 믿었다가 맨 몸으로 쫓겨날 신세에 처했다. 어느 날 날아든 분양통지서에는 분양권 1개 만 받을 수 있게 돼 있었던 것. 그 뒤 이주하지 않고 버텼던 박 씨는 ‘이주를 100% 완료했다’고 구청에 허위로 착공 신고하고, 권리가 산정과 분양권 배분 기준 등을 공개하지 않는 불투명성 등 조합의 일처리가 문제 있다고 보고 서대문구에 지속적으로 문을 두들겼으나 구청은 ‘나 몰라라’였다.
박씨가 우상호 의원실을 접촉해서야 마련된 중재의 자리에서 박씨 자매와 조합은 못난이 물건으로 ‘2채 분양권’에 타협을 봤다. 이 후 그때까지 철거하지 않았던 박 씨 자매가 나고 자란 집은 이주철거 업체에 의해 주인의 허락도 없이 부서졌다. 문제는 이후 조합이 일부 이사의 반대 이유를 들며 합의안 이행에 나서지 않은 것. 조합 측은 이번엔 암투병 중인 박씨의 언니가 직접 이사회에 출석해 반대 이사들을 설득하라며 차일 피일 합의를 미뤘다. 박씨는 “조합이 우리를 강제 이주시키기 위해 일부러 합의하는 척하고 이사회의 반대를 들어 지연 전략을 쓰는 것이었다”며 “조합에 비협조적으로 굴었다고 이제는 분양권을 아예 주지 않겠다고 한다”고 말하며 울먹였다.
그는 “다른 자치구에선 유사한 일이 있을 때 구청이 조합 감사, 준공승인 등 행정 권한을 들어 해결해줬다고 하는데 힘 없는 우리는 도대체 누구를 믿어야하냐”고도 했다.
특히 박씨는 “문석진 구청장에게도 직접 전화해 상황을 알리고 도움을 부탁했으나 변화되는게 없었다”며 “힘없는 주민이 어디다 하소연 해야 하는 것이냐”며 울먹였다.
홍제1 구역은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파크’란 이름으로 일반분양도 성공적으로 마쳤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일반분양을 먼저 하고, 조합원 분양은 뒤로 미뤄, 25일 조합원의 동호수 추첨을 예정해 뒀다. 조합원 수익과 직결되는 비례율도 130%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의 이지용 사무장은 “애초에 그분 들 몫으로 84㎡, 59㎡를 남겨뒀었는데, 그 분들이 오지를 않았고, 지금은 남은 것이 유보지 4채 뿐으로 그분 들 몫으로 49㎡, 55㎡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박씨는 “유보지가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합이 구청을 비롯 자신들을 기만하고 있다”고 했다. 한지숙 기자/jsh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