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4+1 압박…‘지렛대’ 효과 기대
더불어민주당이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권과 국회를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향후 정국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당이 결국 협상에 응하면서 결과적으로 지렛대로 사용될지, 아니면 제1야당이 없는 국회가 실현될지가 12월 한달 여야 지도부의 수싸움에 달렸다. 이를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일종의 치킨게임”으로 규정했다.
5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부에는 ‘이번엔 한국당에 양보하지 못한다’는 기류가 상당하다. 한국당이 필리버스터 무조건 철회 요구 등에 응하지 않으면 진짜 ‘4+1’로 간다는 것이다. 4+1은 민주당이 한국당을 제외한 야권과 대화하는 협의체로 예산안, 선거개혁, 사법개혁 등 주요 정치현안을 모두 다룬다. 사실상 제1야당 없이 20대 국회를 마무리하겠다는 것이다.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우린 강경모드 전환을 했고 진짜로 간다. 다만 한국당이 태도변화를 말한다면 결과적 지렛대가 되는 것”이라며 “서로가 기차에 타서 서로를 향해 마구마구 밟는 치킨게임 형상”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당이 ‘무조건 반대’라는 입장 등을 이어가면 우리도 그냥 갈 것”이라며 “조금이라도 받겠다는 얘기가 먼저 나와야 우리도 대화를 열 것이고 그전에는 안된다”고 했다.
여당이 치킨게임을 이어갈 수 있는 근거로는 필리버스터 여론이 꼽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필리버스터를 한국당 악재로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청와대 하명수사, 감찰무마 논란에도 여권 지지율이 상승했다. 이에 이번 기회에 여론전을 하면 한국당을 협상테이블로 이끌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치킨게임을 해도 결국 한국당이 백기를 들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결과적 지렛대가 된다는 것이다.
특히 선거를 앞두고 협상에 응하지 않으면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지역구 예산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수 있다. 예산안은 감액과 증액이 이뤄지는데, 통상 감액한 정도에 따라 증액 규모도 결정된다. 감액을 많이 해야 증액을 많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증액부분에서 지역구 예산이 여러 경로로 반영된다. 이른바 ‘쪽지예산’도 이중 하나다. 이런 일련의 과정에서 한국당이 빠지게되면 지역구 민원을 넣을 수 없게 된다. 한국당 지도부의 입장은 강경할 수 있어도 의원 개인별로 불만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강경한 입장을 내보였지만 민주당 일각에서도 지렛대로 작용하길 바라는 기류가 있다. 이는 선거제안에 대한 부담감 때문으로 전해졌다. 현재 원안은 225(지역구) 대 75(비례대표)안이다. 지역구 의석이 상당폭 감소하면서 민주당 내부에서도 지역구 감소에 대한 부담감이 있다. 그런데 비례성 강화에 큰 목소리를 낸 정의당 등과의 협상만 이어가면 민주당 입장에서도 부담스러운 선거제 안건이 그대로 넘어갈 수 있다. 반대파인 한국당이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필요할 수 있는 셈이다.
홍태화 기자/th5@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