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7일 평안남도 양덕군의 온천관광지구가 완공 기념식에서 테이프를 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보도.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들에 북미 비핵화협상 관련 질의 응답을 하고 있다. [AP]

[헤럴드경제]북미 양측이 비핵화협상과 관련해 서로 ‘적대’ ‘선거’ 등을 언급하며 날선 공방을 벌였다. 북한이 비핵화협상과 관련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의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다가올수록 양측간 신경전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7일(현지시간) 김성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일부 외신에 보낸 성명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을 질식시키려는 시도에서 적대를 이어가고 있다”며 “미국이 추구하는 지속적이고 상당한 대화는, 국내 정치적 어젠다로서 북미대화를 편의주의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시간벌기 속임수"라고 했다.

그러자 미국에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상 이에 응수하는 발언을 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들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나는 놀랄 것”이라며 “김정은 북한 국무 위원장이 선거(미 대선)에 개입하길 원한다고 생각지 않지만 우리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양측 ‘적대’와 ‘미 대선’ 등 사실상 같은 이슈를 언급하며 상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김성 대사의 ‘국내 정치적 어젠다’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내년 재선 도전 캠페인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을 직접 지칭하며 미 대선을 거론했다.

북한으로선 연말을 시한으로 마국에 ‘선(先) 제재조치 해제, 후(後) 상응 비핵화 조치’를 압박하고 있는 형국이고, 미국으로선 북한에 비핵화협상 대화 재개를 최우선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양상이다. 미국은 북한이 협상판을 깨고 핵실험이나 미사일 도발 등 적대 행위에 나서지 못하도록 경고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반면, 북한은 미국의 가시적인 대북제재 해제 조치 없이는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또 미국은 북한이 비핵화협상에서 미 대선을 정치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을, 북한은 미국의 대북정책이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캠페인용이 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의도를 보여준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김 위원장에 대해선 여전히 “좋은 관계”를 강조했지만, 이전보다는 경계와 경고의 뉘앙스를 더 짙게 담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은 내가 선거(대선)를 치른다는 것을 안다"며 "나는 그가 선거에 개입하길 원한다고 생각지 않지만 우리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와 3년간 매우 잘 지내왔고, 그도 나와 매우 잘 지내왔다"며 "그래서 그것이 어떻게 진행될지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또 "관계는 매우 좋지만 여러분도 알다시피 약간의 적대감이 있다"며 "그것에 대해선 어떤 의심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과 그의 관계가 매우 좋은지는 모르겠다"며 "그러나 우리는 알아낼 것"이라고 한국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날 이에 앞서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외신에 보낸 성명에서 "우리는 지금 미국과 긴 대화를 가질 필요가 없다"면서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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