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복귀 가능성속 불만 표출
삼남매 상속지분 균등히 분할
비전 2023 주총前 성과 중요
국적기를 이용해 해외에서 산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지난 20일 인천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 공판을 마친 뒤 법원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 |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동생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선친인 고(故) 조양호 회장의 뜻과 다르게 그룹을 운영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한진그룹 남매간 상속 다툼으로 불씨가 번지는 모양새다.
23일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인 법무법인 원은 ‘한진그룹의 현 상황에 대한 조현아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자료를 통해 “조원태 대표이사가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해 왔다”며 조원태 회장의 그룹 운영에 대해 반기를 들고 나섰다.
업계는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 복귀가 임박하면서 조원태 회장을 견제하고 나선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상속 이후 조원태 회장이 다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경영권을 단독으로 행사하는 데 따른 불만도 감지된다.
법무법인 원은 “한진그룹은 선대 회장의 유훈과 다른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며 “상속인 간의 실질적인 합의나 충분한 논의 없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대규모 기업집단의 동일인(총수)이 지정됐고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음에도 대외적으로는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공표됐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국적기를 이용해 해외에서 산 명품 등을 밀수입한 혐의로 기소된 조현아 전 부사장은 최근 항소심에서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한진그룹의 정관에 따르면 범죄 사실과 관련해 취업을 제한하는 규정은 없다. 조현민 전무가 한진칼에 복귀한 것도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경영복귀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어머니 이명희 전 이사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을 특별히 신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원태 회장이 확실한 능력을 보여주지 못할 경우 어머니의 지지를 받은 조현아 전 부사장이 그룹 경영 일선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취임 8개월을 맞은 조원태 호(號)는 변화에 핵심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선 글로벌 항공 수요의 둔화와 저비용항공사의 난입으로 꺼낸 ‘구조조정 카드’가 내년 이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사업을 최대한 정리하겠다고 밝힌 조원태 회장이 조현아 전 부사장의 심기를 건드렸을 것이란 추측도 제기된다.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위주로 사업구조를 개편하겠다는 취지인데, 제외 대상에 조현아 전 부사장이 맡았던 호텔사업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가족 간 분쟁 요인이 남아있다는 점도 향후 한진가(家) 다툼의 여지를 남기는 대목이다. 앞서 삼 남매는 상속 지분을 균등하게 나눴다. 세부적으로 조원태 회장이 6.52%, 조현아 전 부사장이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6.47%다. 셋 중 하나라도 이탈하면 경영권 분쟁이 벌어질 수 있는 셈이다.
표면적으로 조급해진 건 조원태 회장이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선 사내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내년 3월 말까지 경영능력을 입증해야 한다. 한진그룹이 발표한 ‘비전 2023’의 성과가 절실한 이유다. 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 승계 이후 첫 분기점이 될 내년 주총에서 행동주의펀드인 KCGI와 표 대결을 앞두고 있다”며 “주주들의 지지와 조현아 전 부사장의 견제를 막기 위해선 조원태 회장이 선제적인 구조조정 방안과 주주 친화적 정책으로 나서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찬수 기자/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