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업계 협력적 노사관계 정착
내년에도 이어지는 ‘위기 경고등’
신산업의 성장판이 열리기 전에 업계의 발목을 잡는 또 다른 기득권이 있다. 바로 ‘강성노조(Union)’다.
올 한해 문재인 정부의 친(親)노동 정책의 영향으로 산업 전반의 ‘노조 리스크’는 커졌다. 파업으로 임단협이 해를 넘기는 사업장이 늘었고, 최저임금과 법정 근로시간을 둘러싼 논쟁도 곳곳에서 이어졌다.
노조의 행보가 극명하게 엇갈린 분야는 완성차 업계였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쇄신방안에 머리를 맞댄 곳이 있는가 하면 쟁의행위를 앞세워 임금교섭에 난항을 겪는 곳이 대비됐다. 전동화 물결과 글로벌 수요 둔화라는 ‘위기 경고등’이 더 커진 셈이다.
파업에 대비해 주말에도 공장을 일부 가동한 르노삼성차 노동조합은 23일부터 연말까지 전면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주야 6시간 진행하던 파업을 주야 8시간으로 늘렸다.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면서도 일시 보상금 등 사측의 제안을 거부하고 있어 연내 타결은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이다. ‘
지난 18일과 19일 부분파업을 벌인 기아차 노조는 다시 교섭 테이블에 앉았다. 주야간 8시간 부분파업을 중단하며 숨 고르기에 들어갔지만, 마침표는 찍지 않았다. 파업에 따른 가동률 하락은 신차 효과와 브랜드 이미지에 적잖은 타격을 줬다. 최준영 대표이사가 담화문을 통해 “노조 비판적인 시선에 눈을 뜨기 힘든 참담함을 느낀다”고 표현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노동 유연성과 인건비는 완성차 업계의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가 된 지 오래다. 글로벌 경쟁이 심화하면서 협력적 노사 관계가 임금 안정과 상품 개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어둠의 터널 속에서도 협력적인 노사 관계는 언제나 탈출구가 됐다. 지난 1960년대 종신고용제를 전제로 임금을 양보한 일본 도요타와 2000년대 대량 실직 위기에 근로시간 계좌제, 워크 쉐어링(업무 공유) 등을 추진한 폴크스바겐이 대표적이다.
2011년 이후 8년 만에 무분규 임단협 타결을 이룬 현대차가 시사하는 바도 크다. 함께 이룬 결실은 결과로 나타났다. 실제 현대차는 4년 만에 국내 공장 가동률 100% 달성을 눈앞에 뒀다. 11월까지 누적 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증가한 162만여 대다 월평균 생산량이 15만대임을 고려하면 연초 세운 177만대 달성도 불가능한 목표가 아니다. 정만기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은 “각국의 노조가 단기 성과보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중장기 일자리 확보를 중요하게 여기면서 협력적 노사 관계가 정착되는 추세”며 “국내 완성차 업계도 근로자와 노동단체가 자동차 산업의 글로벌 경쟁 상황을 객관적으로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andy@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