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EU 의장국을 맡게 됐다. 이 ‘절체절명의 시기’란 브렉시트가 예정된 시기라는 뜻이다. 크로아티아는 2013년 EU에 28번째 국가로 가입하였고, 6개월씩 맡게 되어 있는 의장직을 2020년 1월에 최초로 시작하게 된다. 유럽연합 이사회는 리스본 조약 이후 트리오(trio) 체제를 도입하여, 이전-현재-차기 3개 의장국이 18개월간 정해진 순서에 따라 6개월씩 돌아가며 의장국을 역임하고 있다. 현재는 루마니아-핀란드-크로아티아 트리오 체제가 운영 중으로, 2020년 1월 1일부로 마지막 차례인 크로아티아가 의장국을 수행하게 될 예정이다. EU 무대에서 데뷔를 앞두고 있는데, 공교롭게도 영국의 브렉시트가 2020년 1월 31일로 예정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외부의 이러한 관심과는 달리 경제발전이 최우선 과제인 크로아티아로선 당장 쉥겐조약 및 유로존 가입에 더 관심을 쏟고 있는 형편이다. 크로아티아를 방문하는 많은 여행자들에게 가장 아쉬운 부분이 다른 국가로 출국하거나 크로아티아로 입국할 때 국경에서 여권을 제시하고 입출국 도장을 받느라 길게 줄을 서야 한다는 점이다. EU 28개국 중 스스로 가입을 원치 않은 영국과 아일랜드를 제외하고 쉥겐조약에 가입 못한 국가는 불가리아, 루마니아, 크로아티아, 키프로스뿐이다.
쉥겐 조약은 자유로운 이동 이상의 의미가 있다. 2016년 EU의회 보고서에 따르면 국경통제를 재개할 경우 EU내 교역량이 10~20% 감소하고 GDP의 0.86%가 감소할 수 있다고 한다. 여행관광업이 GDP의 20%를 차지하고 있는 크로아티아로선 쉥겐조약 가입으로 EU 국가들과의 교역량 증가뿐만 아니라 여행객의 유입 증가를 내심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2019년 11월 EU 집행위원회는 크로아티아가 쉥겐조약 가입에 필요한 요건을 갖추었다고 평가했다. 차기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인 크로아티아 수상 플렌코비치는 쉥겐조약 가입이 확정적인 것처럼 말한다. 그러나 앞서 조약에 서명했던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경우도 2011년 모든 평가기준을 만족시켰다고 평가받았으나 일부 회원국들의 반대로 가입이 미뤄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플렌코비치의 의장 임기 내에 가입이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아직까지 미지수이다. 1300㎞에 달하는 해안을 갖고 있는 크로아티아가 불법이민자들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할 것이라는 의심을 받고 있기도 하고, 독립할 때부터 시작된 국경분쟁으로 슬로베니아가 크로아티아의 쉥겐조약 가입을 공공연히 반대하고 있는 것도 큰 걸림돌이다.
한편 2019년 9월 크로아티아가 ‘유럽환율조정장치 2(ERM Ⅱ)’ 가입을 공식 신청함에 따라 유로존 가입이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이르면 2023년 초에 유로존의 21번째 회원국이 된다. 정부당국자들의 적극적 도입 주장과는 달리 국민들의 유로존 가입 지지와 반대 여론은 5:5 정도로 의견이 양분되어 있는 상태이다. 은행 예치금의 유로화 비중이 이미 80%에 이르고 부동산 거래 등에 유로화가 사용되는 등 유로존 의존도가 높아 유로존 가입이 경제에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과연 크로아티아가 쉥겐조약 및 유로존에 가입하게 되어 진정한 EU국가로 거듭나게 될지, 아니면 EU의 변방으로 남게될지, 브렉시트는 또 어떻게 결론이 나게 될지, 크로아티아를 포함한 EU 시민 모두에게 흥미진진한 2020년 새해가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