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지위 확대’ vs ‘LCC 공급과잉’ 전망 교차
지난 19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대기중인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여객기 [연합] |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업계 1위인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전격 발표한 데 이어 본격적인 실사에 나섰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전날부터 이스타항공의 부채비율 등 재무상황을 들여다보고 인수를 최종 성사시키기 위한 본 절차에 돌입했다. 실사는 내달 9일까지 이뤄지며 주식양도계약(SPC)는 이달 31일 체결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 18일 이스타항공 지분 51.17%에 해당하는 보통주 497만1000주를 약 695억원에 인수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스타항공의 구주를 인수해 경영권을 취득한 뒤, 추후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이다.
업계에서는 자본확충이 필요한 이스타항공과 항공시장 점유율을 높여 국내 ‘빅3’ 항공사로 도약하고자 하는 제주항공의 수요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이번 인수를 평가하고 있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이스타항공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484.4%, 자본잠식률은 47.9%였으며, 올해 영업 및 재무 현황은 더 악화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제주항공은 올해 항공업계 최대어로 꼽혔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도 뛰어들 만큼 의욕적으로 점유율 확대를 추진해 왔다. 제주항공은 올해 3분기 기준 3000억원 이상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어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인수로 제주항공은 국내 LCC 가운데 압도적인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노선 중복 제거, 비용 절감 등 규모의 경제 효과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고 향후 항공사 경쟁구도 재편을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동일기종인 B737 사용으로 정비비를 절감할 수 있고, 항공기 리스조건 개선 등을 통한 경영 효율화를 실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우려의 시선도 있다. 인수 금액이 이스타항공의 재무구조를 반영해 비슷한 규모의 경쟁사 대비 할인된 금액이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향후 인수 과정에서 제주항공의 추가적인 부담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정 연구원은 “국내 항공산업은 저가항공사 중심으로 2020년에도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예상되는 상황”이라며 “인수 후 운영 방식에 따라 유동적일 수 있으나 이번 인수로 인해 이스타항공발 공급 축소 가능성은 낮아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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