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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밀묘사·채색·봉수 연결, 400년된 ‘관북여지도’ 보물 된다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문화재청(청장 정재숙)은 조선 숙종~영조 대에 걸쳐 함경도 지역의 주요 요충지를 그린 관북여지도, 부여의 석탑 안에서 발견된 고려~조선 초기 불상 4구, 부산 복천동 고분에서 출토된 가야토기 1건을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31일 밝혔다.

정밀한 필치, 거리 표시, 화려한 색조 반영 등 특징을 보이는 400년된 군사지도 관북여지도.

▶관북여지도(關北輿地圖)= 조선 시대 관북(關北) 지방인 함경도 마을과 군사적 요충지를 총 13면에 걸쳐 그린 지도집으로, 지리적 내용과 표현방식 등으로 보아 영조 14년인 1738~1753년 사이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관북여지도’는 1719년(숙종 45년) 함경도병마절도사를 역임한 이삼(1677~1735)의 지시로 제작된 함경도 지도집의 계보를 잇고 있는 작품으로, 1712년(숙종 38년) 조선과 청나라 정계(경계)를 계기로 함경도 지역 방어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던 시대 상황이 반영되어 있다. 지역마다 한양으로부터의 거리, 호구수(戶口數), 군사수, 역원(여관의 일종) 등 관련 정보가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다.

이 지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봉수(烽燧) 사이의 연락 관계를 실선으로 직접 표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다른 함경도 지도뿐 아니라 기타 지방지도에서도 확인되지 않는 참신하고 새로운 방식이다. 아울러 봉수 간의 거리를 수치로 제시해 이용자의 편의를 극대화 하였다.

화사한 채색의 사용, 회화적으로 그려 실제감을 살린 지형(地形)의 모습, 강물 표현 등은 도화서(圖畵署) 화원의 솜씨로 봐도 전혀 손색이 없을 정도로 수준이 높다.

또한, 현존하는 북방 군현지도(郡縣地圖) 중에서도 정밀도와 완성도가 뛰어나고 보존상태도 매우 좋은 작품이다. 봉수(烽燧) 간의 거리 등을 상세하게 기록한 점, 봉화(烽火)의 신호법 등을 자세하게 표시했다는 점에서 조선 시대 지도발달사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국내외 현존하는 약 8점의 관북여지도 중 가장 우수한 작품으로 꼽힌다.

관북여지도에 그려진 지역은 1면 길주목(吉州牧), 2면 명천부(明川府), 3면 경성부(鏡城府), 4면 부녕부(富寧府), 5면 무산부(茂山府), 6면 회녕부(會寧府), 7면 종성부(鍾城府), 8면 은성부(隱城府), 9면 경원부(慶源府), 10면 경흥부(慶興府), 11면 함관령(咸關嶺), 12면 마운령(磨雲嶺), 13면 마천령(磨天嶺)이다.

문화재청은 2007~2008년에 ‘옛지도 일괄공모’를 통해 신청 들어온 작품들에 대해 전수 조사를 실시해 고려~조선 시대에 이르는 역대 지도 35점을 보물로 지정한 바 있으며, 그 이후 새롭게 발굴된 관북여지도를 이번에 보물로 지정 예고하게 되었다.

▶부여 무량사 오층석탑 출토 금동불상 일괄=무량사 오층석탑에 봉안됐던 금동보살좌상(1구)과 금동아미타여래삼존좌상(3구)으로, 1971년 8월 오층석탑 해체 수리 과정 중 2층과 1층 탑신에서 각각 발견되었다. 2층 탑신(塔身)에서 발견된 금동보살좌상은 발견지가 분명한 고려 전기 보살상으로, 자료의 한계로 인해 지금까지 자료가 부족한 고려 전‧중기 불교조각사 규명에 크게 이바지할 작품이다.

1층 탑신에서 발견된 금동아미타여래삼존좌상(3구)은 아미타여래좌상과 관음보살좌상, 지장보살좌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조선 초기의 뚜렷한 양식적 특징을 갖추고 있어 이 시기 탑내 불상 봉안(奉安) 신앙과 불교 조각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다. 또한, 지금까지 발견된 탑 봉안 아미타여래삼존불상 중 구성과 도상이 가장 완전하고, 규모도 크며 상태도 양호하다.

‘부여 무량사 오층석탑 출토 금동불상 일괄’은 조성 배경을 알려 줄 기록과 명문은 없으나 발견지가 분명한 불상들, 보존상태가 양호하고 조형적으로도 조각기법이 우수하다는 점, 당시 불교 신앙 형태의 일면을 밝혀준 준다는 점에서 역사․학술․예술적 의미가 크므로 보물 지정가치가 충분하다.

▶‘부산 복천동 11호분 출토 도기 거북장식 원통형 기대 및 단경호(器臺 및 短頸壺)= 가야 시대 고분 중에서 도굴 당하지 않은 복천동 11호분의 석실 서남쪽에서 출토되어 출토지가 명확하고 5세기 가야 시대 무덤구조를 확인할 수 있는 유물이다.

가야 시대 고분에서 출토된 토기 중에서 깨지거나 훼손된 부분이 없어 보존상태가 우수하고, 기대 중앙 부분에는 거북이 토우 한 마리를 부착시켰는데 삼국 시대 토우 중 거북이 토우가 붙어있는 유일한 사례다.

부산 복천동 11호분은 1980~1981년까지 부산대학교 박물관에서 발굴한 석실분으로, 5세기 경 부산에 있었던 가야 세력의 수장급 인물의 무덤이다. 인근의 복천동 10호분과 함께 주곽(主槨)과 부곽(副槨)을 이루는 대형 고분임이 밝혀졌으며, 그 중 11호분은 가야 고분 중에서는 보기 드물게 도굴되지 않은 상태로 발굴됐다.

기대와 항아리는 규모가 크고 형태가 조화롭고 안정적인 점, 기대 표면이 자연스럽게 시유(施釉)된 점, 11단을 나누어 단계별로 다양한 종류의 투창(透窓)을 뚫고 지그재그로 문양을 새겨 넣은 점 등 여러 면에서 가야 토기 제작의 높은 기술적 성과를 엿볼 수 있다.

손상되지 않은 완전한 형태와 거북이의 조형성, 안정된 조형 감각과 세련된 문양 표현 등으로 볼 때, 가야시대의 대표적인 도기로 꼽을 수 있으므로 보물로 지정할 충분한 학술․예술적 가치를 지닌 작품이다.

문화재청은 이들 3건에 대해 30일간의 예고 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문화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국가지정문화재(보물)로 지정할 예정이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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