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통가, 피지, 뉴질랜드 등에 이어 한국도 2020년 새해를 맞았다. 한국에 이어 2시간 뒤면 동남아, 6시간 뒤면 중동과 동유럽, 8시간 뒤면 서유럽, 15시간 안팎 뒤엔 미국, 19시간 뒤엔 하와이가 신년을 맞게 된다. 세계는, 우리는, 어떤 신년 맞이 풍속을 갖고 있을까. 양태는 비슷하면서도 다르고, 시기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동아시아 음력1월1일 세배,단배= 한국의 신년맞이 세시풍속은 설(음력 1월1일)에 집중돼 있고, ‘작은 설’로 불리며 해가 길어지기 시작하는 때인 동지(12월 하순)와 정월대보름에도 새출발 축제를 한다.
동지엔 태양을 상징하는 붉은 팥죽을 먹거나 뿌리면서 액운을 쫓고, 새해 첫날을 의미하는 설에 떡국을 나눠먹은 뒤 집안과 동네 사람들에게 세배, 단배한다. 정월대보름엔 건강을 상징하는 오곡밥을 지어먹고는 나쁜 기운을 없애는 달집태우기 등 의례를 벌인다.
▶시기도 제각각, 모르는 사람과 키스도= 동아시아 대부분의 국가는 설을 새해 첫날로 간주하고, 서아시아·유럽·아메리카 대륙의 상당수 국가들은 양력 1월1일에 새해맞이 축제가 집중돼 있다. 물론 양력1월1일, 음력1월1일 외에 3월, 4월, 9월, 12월에 새해맞이 축제를 여는 나라도 있다.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의 새해맞이 불꽃놀이 |
프랑스는 우리의 보신각 종 타종 처럼 자정을 알리는 종소리를 울리고, 거리에서 만나는 모르는 사람 끼리도 얼싸안고 상대방 뺨에 입을 맞추며 “본 아네”라는 새해 인사를 건넨다. 잘츠부르크 등 오스트리아와 스위스 지역에선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밤새 펼친다.
▶북미-유럽 비슷…미국 남서부 찡한 음식= 미국 역시 프랑스와 스위스 같은 분위기인데, 이 나라 남서부 지역에서는 흑인 노예 해방의 뜻이 깃든 음식, 콩과 쌀, 고기, 베이컨을 넣어 끓인 ‘호핑 존(Hopping John)’을 먹는 것이 특이하다.
오스트리아 빈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음악회가 대표적인 새해맞이 행사이다. 핀란드는 1일 0시를 전후한 12시간 동안 전국민 불꽃놀이, 폭죽놀이가 허용된다.
우리가 잘 알것 같기도, 좀 모를 것 같기도 한 나라에선 이색 새해맞이 축제가 열려 눈길을 끈다.
스페인 마드리드 |
▶부킹닷컴, 색다른 바하마, 스페인 풍속 소개= 1일 글로벌 디지털 여행분야 리딩기업인 부킹닷컴에 따르면,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 사람들은 새해를 맞이하는 순간, 술 대신 포도 열두알을 먹는다. 새해를 맞이하는 0시에 울리는 12번의 종소리에 맞춰 포도알을 한 개씩 먹으면 12달 동안 행운이 깃든다는 믿음 때문이다. 이같은 풍습은 스페인의 지배를 받은 바 있는 멕시코 등 중남미 일부 국가에서도 나타난다.
미국과 쿠바 사이에 있는 나라, LPGA 대회로 귀에 익은 바하마의 프리포트에선 새해 첫날 준카누(Junkanoo) 축제가 열린다. 카누를 즐기는 것을 넘어, 현란한 색깔의 퍼레이드가 거리를 가득 메우고 현지인과 타지 사람들이 한데 어울려 다양한 먹거리를 즐기며 춤을 춘다. 퍼레이드 행렬을 장식하는 화려한 의상이 이채롭다.
▶코파카바나 파도 7번을 넘어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선 코파카바나 해변에서 열리는 불꽃놀이로 유명하다. 브라질에서는 새해 전야에 어떤 음식을 먹는지에 따라 한해의 운이 결정된다고 믿는데, 평화와 번영을 가져다준다는 흰색 의상을 입고, 행운을 가져다주는 렌틸콩 음식을 먹는다. 0시가 되는 순간 파도를 7번 뛰어넘으며 바다의 여신에게 7가지 소원을 빈다.
멕시코 신년맞이 축제. 멕시코에서도 스페인 처럼 새해 첫날 포도 12알을 먹는다. 12달 행복해진다는 뜻이다. |
브라질의 리우 사람들은 새해 첫날 코파카바나 해변의 파도를 7번 넘는다. |
이탈리아 베네치아 사람들은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는 빨간색 의상을 입고 새해를 맞는다. 특히 빨간색 속옷은 더욱 효험이 좋다고 한다. 재물과 풍요를 상징하는 렌틸과 매운 캄피오네(campione) 소시지를 먹은 후, 산 마르코 광장에서 수많은 군중들이 어울려 음악, 춤, 불꽃놀이로 가득한 축제를 즐긴다. 1월1일 0시가 되면 사랑하는 이와 입맞춤으로 새해를 맞는다.
▶이란 3월, 에티오피아 12월= 43개 언어로 2900만개 숙박옵션을 제공하는 부킹닷컴은 바하마 프리포트의 돌핀 코브, 스페인 마드리드 바스타르도 호스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인조이 호스텔, 수도원을 개조한 베네치아의 유로스타 레지덴자 카나레지오를 신년 벽두에 펼쳐지는 각국 새해 이벤트를 풍요롭게 즐길 최적지로 추천했다.
이란은 새해 첫날 맞이를 양력 3월 21일 봄이 시작되는 ‘노루즈(Nouruz)’ 날에 축제를 벌이고, 이스라엘은 유대달력에 따라 양력 9월에 '로쉬 하사나'로 불리는 새해 맞이 축제를 펼쳐 덕담을 하면서 꿀에 담근 사과나 대추야자, 호박 등을 먹는다. 에티오피아는 성탄절이 새해 첫날로 간주돼 새해맞이 축제를 벌이고 그리스는 부활절 즈음에 새해맞이에 갈음하는 세레모니를 한다.
미국 뉴욕에선 양력1월1일 미국인을 중심으로, 음력1월1일 동아시아인 등 이주민을 중심으로, 두 번 다 신년 맞이 축제가 열린다. |
▶동아시아인 세력화된 서양 도시, 설 축제도 한다= 물론 양력 1월1일에 새해맞이 축제를 여는 미국 뉴욕과 호주 시드니 등지에도 음력 1월1일 새해맞이 축제가 펼쳐진다. 동아시아인들이 하나의 세력을 형성하는 세계 각국의 대도시에선 설 퍼레이드가 도시 한켠에서 꼭 열린다.
머지않아 세계 모든 사람들이 ‘우리’가 되고 문화를 공유하면서 새출발을 다짐하는 축제를 여러 번 치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사실 우리 한국인들도 ▷동지(아세=작은 설) ▷해맞이 민족 대이동이 이뤄지는 양력1월1일 ▷신년맞이 세시풍속이 많은 설 연휴 ▷정월대보름 등 4번의 새출발 의식을 치르는데, 과거 가난한 시절 이중과세(二重過歲) 논란도 있었다. 하지만, 끼니 때우기 걱정은 사라지고 마음 안정이 매우 중요해진 요즘, 다짐·희망·사랑·우정·공감을 여러차례 즐기듯 되뇐다는 것은 다다익선,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