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한국만이 정치권의 이해관계에 부딪혀 모빌리티 혁신에서 도태되고 있습니다. 기존 전통 산업과 대치되는 4차산업은 성장할 수 없을 것입니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소비자가전 전시회 ‘CES 2020’. 최대 화두는 모빌리티 혁신이다.
도요타는 모빌리티가 핵심이 되는 도시 건설 프로젝트 ‘우븐 시티’ 계획을 발표하면서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우디는 운전대를 없앤 콘텝트카 ‘AI:ME’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조명했다. 자동차가 이동 수단 만이 아닌 생활의 공간이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전자기업인 소니와 파나소닉은 자율주행차와 차량용 전장 기기를 선보이며,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전세계 기업들은 모빌리티 혁신 전쟁에 돌입했다. 그러나 정작 한국은 정치권의 이해관계로 인한 규제에 막혀, 기초적인 모빌리티 서비스 조차 제대로 못하고 있다. 카카오 카풀 서비스는 정부의 규제에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이로 인해 많은 카풀 스타트업이 문을 닫거나 무상 카풀서비스로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카풀 서비스에서 촉발된 카카오와 택시업계의 갈등을 봉합하기 위해 출퇴근 시간 각각 2시간에만 한정해 카풀 서비스를 허용했다. 이는 결국 카풀 시장의 붕괴로 이어졌다. 모빌리티 서비스 타다 역시 마찬가지다. 타다와 개인택시의 갈등이 벌어지자 정부와 여당은 택시 편에 서 ‘타다금지법’을 발의했다. 이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크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미래를 이렇게 막아버리는 선례를 남기면 앞으로 또 다른 미래 역시 정치적 고려로 막힐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는 곧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키고, 투자 유치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모빌리티 양대 기업 카카오와 쏘카 측이 투자 받은 금액은 500억원에 불과하다. 그랩(5조 4965억원)의 100분의 1수준에 불과하며, 우버(1조1620억원), 디디추싱(滴滴出行·2670억원), 올라(OLA·3480억원)와 비교해도 턱없이 적다. 심지어 국내 대기업도 해외 모빌리티업계 투자만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차는 동남아의 모빌리티기업에 3000억원을 투자했다. 또한 미국의 우버와 손잡고 도심항공모빌리티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차령공유서비스는 경제적인 효과가 매우 큰 시장이다. 차량공유서비스 그랩 이 발간한 ‘2018~2019년 사회 영향력 보고서’에 따르면 그랩이 동남아시아 경제에 미친 경제적 효과는 연간 58억 달러(약 6조8000억원)에 이른다.
모빌리티업계는 정부와 여당이 총선을 앞두고 백만에 달하는 투표권을 가진 택시업계의 이해득실에 맞춰 모빌리티 사업을 봉쇄, 신사업의 토양을 아예 망가뜨리고 있다며 울분을 쏟아내고 있다.
각종 규제로 모빌리티 혁신을 시도할 수 있는 기초체력마저 약화돼 시장에서 아예 도태되지 않을까 우려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