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 관계부터 신차 수출물량 등 폭넓은 대화
데메오 신임CEO 전략 영향…생산성 검증할듯
내달 임단협 앞두고 ‘생사 갈림길’ 변곡점 예고
르노그룹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 제조·공급담당 부회장. |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임단협을 매듭짓지 않으면 신차 배정을 장담할 수 없다.”
프랑스 르노그룹 2인자인 호세 빈센트 드 로스 모조스〈사진〉 제조·공급담당 부회장이 1년 만에 방한한다.
부회장의 방한 시점이 노사간 '평화기간' 이어서 특히 그의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이번 방한 기간 동안 파업이 지속될 시 일감 확보는 물론 수출 배정까지 어렵다는 의사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모조스 부회장은 이날 부산공장을 방문해 임직원들과 상생 방안을 찾는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모조스 부회장의 주업무가 지역별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발전 가능성을 논하는 것이므로 부산공장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르노가 루카 데메오(52) 전(前) 폭스바겐 세아트 대표이사를 새 최고경영자(CEO)에 선임하면서 모조스 부회장의 말 한마디가 큰 파급력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데메오 신임 CEO는 폭스바겐에서 아우디의 마케팅 부문을 총괄한 뒤 2015년 폭스바겐의 스페인 브랜드인 세아트에서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르노에서도 생산량 극대화와 수익 위주의 구조개편이 진행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는 이유다.
부산공장 내 위기감은 팽배한 상황이다. 오는 3월 위탁생산 계약이 종료되는 ‘닛산 로그’의 타격이 예상보다 큰 탓이다. 지난해 ‘닛산 로그’ 물량 약 35%가 줄면서 공장 가동률은 절반 가까이 하락했다. 수출이 전년 대비 34.0% 감소한 9만591대에 그치면서 총 판매 대수는 2014년(16만9851대) 이후 처음으로 20만대를 밑돌았다.
설상가상으로 노조의 ‘돌발 파업’은 생산 절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공장 정상화의 열쇠는 모조스 부회장이 쥐고 있다. 오는 3월 출시를 앞둔 크로스오버 쿠페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 ‘XM3’가 유일한 해답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그는 ‘XM3’의 국내 생산 여부와 수출 가능성을 타진할 계획이다. 불안한 노사 관계를 이유로 결정을 미뤘던 점을 고려하면 이제 ‘최후의 선택’만 남은 셈이다. ‘XM3’의 유럽 수출 물량을 확보해야 ‘닛산 로그’의 공백을 메울 수 있다.
모조스 부회장의 발언이 내달 4일부터 7일까지 예정된 르노 노사간 임단협 집중교섭에 실마리를 제공할지도 관심사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모조스 부회장이 높은 생산비용을 가진 부산공장의 생산성에 회의적인 시각을 가질 경우 ‘XM3’의 양산에 비상등이 켜질 수밖에 없다”며 “임직원들이 부산공장의 발전 가능성과 열의를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