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급 계획 미정 수두룩…일부선 미지급 가능성 언급도
기업들의 지난해 실적 부진이 예상되면서 예년과 같은 성과급 잔치를 기대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헤럴드] |
[헤럴드경제 산업부] 불확실한 대외 환경과 기업들의 암울한 실적으로 일부 산업계 업종에서는 ‘성과급 제로 시대'가 현실화하고 있다. 연초부터 터진 '우한 폐렴' 돌발 악재가 장기화할 경우 이 같은 추세가 고착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석유화학업계, 두둑한 성과급 옛말=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해마다 수백%의 성과급을 지급해 다른 업종의 부러움을 샀던 석유화학 업종은 올해 성과급 지급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몇년간 이어졌던 호황세가 급격하게 꺾인데다, 유가 불안에 따른 영업이익 감소도 심각한 탓이다.
대다수 석유화학 업체들이 아직 지난해 연간 실적이 종합되지 않아 연간 이익 규모에 비례한 성과급 책정 논의를 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반토막 이상까지 점쳐질 정도의 부진한 실적이 예상되며 ‘성과급’이라는 말 자체가 금기시 되고 있다.
업계 리더격인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 850%의 성과급을 지급하며 산업계 전체의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는 직원들 내부에서조차도 “성과급이 없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돌 정도로 상황이 나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해 300%의 성과급을 지급했던 LG화학 역시 최악의 경영실적이 예상되면서 성과급 논의 자체가 사라진 것으로 알려진다.
다른 업체들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그나마 롯데케미칼은 설 연휴 직전 지난해 300%에서 절반으로 깎인 15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전통적으로 후한 성과급을 지급했던 업체들도 한목소리로 “올해는 성과급 책정에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자동차, 항공 “경영악화에 성과급은 사치”=자동차업계는 지난해 9월과 설 연휴 직전 각각 성과급을 지급한 현대·기아차를 제외하면 성과급 논의 자체가 ‘사치’로 여겨지는 분위기다. 당장 경영정상화를 통한 회사의 존립 자체를 걱정하는 게 우선인 상황이다.
지난해 임금 및 단체협상을 매듭짓지 못한 르노삼성차와 한국지엠은 올해 성과급에 대한 기대감조차 없다. 2월과 3월 각각 임단협 교섭이 재개된 이후 노사 관계가 정상화되더라도 실적 악화에 따른 경영 정상화가 우선이다.
항공업계도 마찬가지다. 대한항공은 일반적으로 4분기 실적에 준해 성과급을 지급하지만, 지난해 역성장이 예상되는만큼 기대감은 미미하다. 아시아나항공은 2014년 경영 정상화 선언 이후 성과급이 한 번도 지급되지 않았고, 이같은 회사의 방침은 올해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밖에 현대상선은 2011년부터 성과급이 없었고, 올해도 없을 예정이다. 임단협 교섭을 두고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현대제철도 성과급 계획이 아직 없다. 포스코는 연봉에 포함해 12분의 1로 나눠 주는 관행에 성과급이 따로 없다.
▶구조조정 칼바람…조선·중공업 기대감 ‘제로’= 조선.중공업 업종의 경우 지난해 수주량 증가로 회생 기미를 보이고는 있지만, 최근 수년간 이어진 불황과 이에 따른 구조조정 칼바람 속에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했던 기업들이 허다하다. 그리고 이같은 분위기는 올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주요 조선업체 중 지난해 성과급을 지급한 곳은 현대중공업 뿐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초 통상임금의 110%를 지급했는데, 다른 업종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지만 성과급을 지급한 자체만으로도 업계에서 부각이 됐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뿐 아니라 수년간 성과급 지급이 없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성과급은 실적이 확정된 이후 비례하는 수준으로 지급하는 것이 관행이지만, 각 업종별로 실적이 전반적으로 악화하면서 성과급을 지급하지 않는 곳이 대다수”라며 “임단협 교섭이 진행 중인 곳이 많아 성과급 기대감은 낮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