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연속 7조원대 영업익 사수
우한폐렴 사태 장기화 예의주시
메모리 반도체 시황의 부진으로 고전하던 삼성전자가 불황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고 있다. 30일 매출 230조400억원, 영업이익 27조7700억원의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는 2018년 대비 반토막이 난 영업이익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다만 시장은 2020년을 기대감이 충만한 한 해로 바라본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부분적인 봉합을 이루었고, 반도체 수요 또한 올해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계절적 비수기인 1분기를 저점으로,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에 따른 대대적인 서버 투자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며 메모리 수요와 가격의 강세를 점치고 있다. 다만 최근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는 중국의 우한폐렴 사태는 부정 변수로 남아 있다. 현 사태가 장기화하면 반도체 생산 차질은 물론 휴대폰과 서버 등 반도체 수요 등에도 악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반토막 난 영업익…악재 변수 속 반도체, 가전 앞세워 영업익 7조원대 사수=올해 전반적인 실적 개선을 점치는 삼성전자는 지난해는 긴 고난의 시간을 보내야만 했다. 반도체 출하량이 늘어났음에도 매출은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반토막이 났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7조7700억원으로 전년보다 52.84% 급감했다. 다만 2분기 연속 영업이익이 7조원대를 지킨 건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지난해 분기별 영업이익은 1, 2분기에는 6조원대에 그친 바 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사이클이 바닥을 찍었다는 유의미한 신호로도 해석된다. 실제 사업부문별로 볼 때 반도체와 가전 부문의 선방이 눈에 띄었다. 지난해 4분기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은 3조45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당초 예상됐던 2조9000억∼3조2000억원 수준보다 높았다. 가전 부문은 81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지난해 3분기의 5500억원, 2018년 4분기의 6800억원을 크게 상회하는 수치다. QLED TV가 전년 대비 2배 이상의 판매량을 보이며 수익성 개선에 일등공신이 됐다. 더 나아가 올해 또한 도쿄올림픽이 예정돼 있어 TV시장 성장의 수혜가 예상된다. 다만 디스플레이 부문은 크게 부진했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200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의 1조1700억원에서 급전직하했다. 중소형 디스플레이에서 라인가동률 하락에 따른 비용 증가가 악영향을 줬고, 대형디스플레이는 판매 감소와 가격 하락으로 적자 폭이 늘었다.
▶부진했던 반도체…1분기 저점으로 본격 회복=삼성전자의 핵심 사업 부문인 반도체는 계절적 비수기인 올해 1분기를 저점으로 본격적인 회복을 점친다. 반도체 부문은 지난해 4분기 매출 16조7900억원, 영업이익 3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3분기 대비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3조500억원에서 4000억원이 늘었다. 업황 개선을 점치는 데는 경기 전반을 억누르던 글로벌 불확실성의 개선과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 증가 등이 꼽힌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협상이 1단계 합의에 이르며 글로벌 전방의 무역량 회복이 점쳐짐에 따라 불확실성에 주저하던 기업들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바닥을 찍었다는 확신 속에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 등에 따른 수요의 급증이 시황 개선을 이끌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지난해 7월까지 가파르게 하락하던 D램 가격이 작년 말께 안정세에 접어들었고, 낸드플래시 가격은 이미 완만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에 따라 올해 삼성전자의 실적은 1분기를 저점으로 매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늘어나는 구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날 삼성전자가 상반기 중 메모리 재고의 정상화를 이루겠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재고 정상화는 수급 불균형의 해소를 의미한다. 아울러 미래 먹거리로 지목한 파운드리 등에서도 삼성전자는 올해 두 자릿수의 매출 증가를 이룰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생산라인의 미세공정 전환을 통해 원가 경쟁력을 높이고, 서버용 고용량 제품과 모바일용 제품 수요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우한 폐렴 파장에 촉각…사태 장기화시 실적에 부정 영향 불가피=삼성전자는 올해 지난해 대비 대폭 개선된 실적을 점치면서도 우한 폐렴 사태의 장기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와 휴대폰, 가전 등 소비재와 부품으로 꾸려진 삼성전자의 매출 포트폴리오 특성상 질병의 확산에 따른 거시 경기 악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질병 확산을 막기 위한 공장 가동 중단 등의 조치까지 더해질 경우 생산 차질로까지 이어질 수 있어 삼성전자는 현지 상황 변화를 실시간으로 체크하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우한 폐렴은 일반 소비 시장과 달리 직접적으로 반도체 경기에 영향을 주는 변수는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질병이 장기화할 경우 중국 전체 경기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해 반도체 수요 감소 등을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정순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