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어링’ 中공장 스톱 쌍용차등 비상
석화 원자재난·전자도 업황둔화 우려
교역량 줄어들면 해운업계 수익 악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불안감이 퍼지면서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 3층 여행사 창구가 한산한 모습이다. [연합] |
중국 내 우한 폐렴 확진자가 1만명에 육박하고 국내에서도 7번째 확진자가 나오면서 산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확산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춘제(설) 연휴와 기업의 연휴를 다음달 9일까지 연장하면서 중국 내 공장들도 모두 일손을 놓은 상태다.
글로벌 공급 체인의 중추 역할을 해온 중국의 조업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국내 산업계의 직·간접적인 피해가 걷잡을 수없이 확산되는 상황이다. 자동차 산업에서는 부품 부족으로 공장가동 중단 피해가 가시화되고 다른 산업도 재고 물량 모니터링에 들어가는 등 사태 장기화에 대비하고 있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업종은 원료 수급문제가 발생해 공장 가동도 멈출 수 있기 때문에 타격에 대비하고 있다.
▶자동차업계 부품 수급 비상=쌍용차는 전선 관련 부품 ‘와이어링’을 공급하는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의 중국 옌타이(烟台) 공장이 9일까지 가동을 멈추면서 국내 공장 역시 조업 중단 여부를 고심하고 있다. 다음달 3일까지 사용할 와이어링 재고만 확보하고 있어 대체 공급망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내달 4일부터 공장 전체가 휴업에 돌입해야 한다.
부품 수급은 쌍용차 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기아차에 와이어링을 납품하는 1차 협력업체들 역시 이들 지역에 있어 사태가 장기화되면 수급 불균형이 발생할 수 있다”며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모비스는 부품 국산화율이 96~97%에 달하지만 일부 부품의 경우 중국 현지에서 생산해 국내 공장으로 들여온다. 중국 세관이 업무를 중단할 경우 통관에 차질을 빚을 수 있어 현지 상황 파악에 나섰다.
한국GM과 르노삼성자동차는 글로벌 모그룹의 공급체인망을 통해 사태 장기화에 따라 수급이 부족할 수 있는 부품 확보에 나섰다.
▶석유화학·소재업계, 원자재 확보 압박=중국에 생산기지를 둔 석유화학, 소재 부문 업체들의 마음도 급해지고 있다. 중국 정부의 춘제 연휴 연장으로 큰 영향을 받고 있지 않지만,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조달에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 톈진(天津), 시안(西安) 등에 생산기지를 가동중인 삼성SDI의 경우 아직 원자재 공급에는 큰 차질이 없지만 중국 현지 원자재 공급 협력업체들의 생산이 멈출 수 있다는 상황을 가정해 이미 쌓아둔 원자재 외 추가 분량 확보에 나섰다.
한화솔루션 역시 태양광 모듈을 생산하는 큐셀 치둥(啓東) 공장, 자동차 경량화 소재 등을 만드는 첨단소재 충칭(重慶) 공장에 비상이 걸렸다. 당장 원자재를 확보하는 일도 문제거니와 현지의 물류 시스템이 거의 멈춘 상황이 더 큰 문제다.
▶전자업계, 업황회복 둔화 우려=미·중 무역분쟁여파로부터 한숨을 돌리는 듯했던 전자업계도 우한 폐렴 후폭풍에 숨을 죽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산시성 시안 공장에서 낸드플래시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으며 SK하이닉스도 장쑤성 우시에서 메모리반도체 생산 시설이 있다.
우한 폐렴 확산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요 고객인 중국 전자 제조업체들의 공장가동이 장시간 멈추면 반도체 생산 차질로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우한 폐렴이 장기화될 시 중국에 위치한 생산시설에도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졌다.
▶교역 둔화에 해운업계 긴장=글로벌 공급체인이 타격을 받으면 교역량이 줄어들면서 해운업계도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벌크선 운임을 보여주는 발틱운임지수(BDI)는 지난달 29일 525포인트로 지난해 말(1090포인트)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컨테이너선 시황을 나타내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 역시 지난 23일 기준 981.19로 낮은 수준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물동량이 줄면서 수익성에 부담이 될 것”이라며 타격을 예상했다. 원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