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와도 다른 개성을 추구하면서도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만 최소의 비용으로 구입하는 밀레니얼 세대. 쉐보레 트레일 블레이저는 그들에게 딱 어울리는 소형 SUV다.
지난달 17일 인천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트레일 블레이저 시승회에서 공개된 트레일블레이저의 외관 디자인만 총 세가지. 기본 모델에 랠리 스포츠(rally sports)의 앞글자를 딴 RS모델과 오프로드 성향이 물씬 풍기는 액티브(ACTIV) 모델이 상위 모델로 더해졌다. 라이프스타일과 운전 성향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RS 트림의 듀얼포트그릴은 일반 모델보다 폭이 넓고 스포트한 느낌이 배가된 스포츠 메시 패턴이 적용돼 보다 스포츠성이 강조됐다. 헤드램프를 감싸는 몰딩이 하단까지 내려와 보다 역동적인 이미지를 더한다.
ACTIV 트림에는 X자 형상의 프로텍터 디자인을 듀얼포트 그릴에 적용했고 범퍼하단에는 다크티타늄 크롬 소재의 스키드 플레이트를 탑재해 오프로더 이미지를 강화했다. 전용 17인치 휠에 끼워진 스포츠 터레인 타이어와 다른 트림보다 10㎜ 높은 최저지상고는 최근 유행을 타고 있는 차박이나 노지캠핑에 유리한 부분이다.
6가지 기본색상에 RS와 ACTIV 트림 전용 컬러까지 총 8가지 색상이 제공된다. 여기에 RS와 ACTIV 트림은 투톤 루프 색상까지 선택할 수 있어 소비자의 다양한 취향을 만족시킨다.
시승차가 세워진 주차장에서 확인한 인테리어는 익숙하지만 운전자를 배려해 화면과 버튼, 계기반 등이 잘 구성됐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소형 SUV 임에도 통풍시트와 헤드업디스플레이(HUD), 액티브노이즈캔슬링(ANC)까지 들어갔다. 시작가 1995만원, 최상위 트림도 3000만원은 넘지 않는 가격이라는 점이 믿기지 않았다. “옵션 구성에 짜다”는 평가를 들어온 쉐보레가 트레일 블레이저를 만들며 절치부심했다는 게 느껴졌다. 쉐보레 관계자는 “트레일블레이저의 개발과 생산이 한국에서 모두 이뤄지다 보니 한국 기획팀의 입김이 세게 들어갔다”고 귀띔했다.
다만 쉐보레가 자랑했던 보타이 프로젝션 전동트렁크는 보타이 모양의 힌트 조명이 상황에 따라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다만 시승차량 만의 문제일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시승행사장에서 중간 기착지인 경기도 김포의 한 카페로 출발하기 위해 가속페달을 밟는 순간 경쾌한 가속감이 느껴졌다. 말리부에서 검증된 156마력의 E-터보 엔진과 9단 자동변속기의 조합 덕분이다. 1.35ℓ 배기량이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24.1㎏·m의 최대토크가 RPM에 관계없이 고르게 발휘돼 어떤 도로환경에서도 답답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게다가 낮은 배기량으로 자동차세를 아낄 수 있고 최대 13.2㎞/ℓ의 연비로 3종 저공해인증을 받아 기름값과 주차비까지 절약할 수 있으니 실속을 따지는 2030세대에 제격이다.
AWD 버튼을 누르자 4륜구동 시스템이 주는 안정감이 배가 됐다. 코너링 구간에서도 휘청거림이 거의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스포츠 모드와 일반모드의 차이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카메라 방식으로 구현됐다는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은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대신 맡겨도 되겠다는 믿음을 줬다.
돌아오는 길에 앉은 뒷자리의 무릎공간은 기대 이상이었다. 준중형 SUV에 버금가는 2630㎜의 휠베이스 덕분에 친구들을 뒷자리에 태우고 장거리 여행을 해도 불편하지 않을 것 같았다.
Z링크 리어 서스펜션은 토션빔 기반이지만 방지턱을 넘거나 요철이 있는 구간도 승차감이 나쁘지 않았다. 동승한 엔지니어는 “Z자 형 구조가 횡 압력을 줄여줘 피쉬테일 현상을 막고 고무소재의 완충재가 노면 충격을 방지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뒷자리 도어트림에서는 앞자리에서 느끼지 못했던 가느다란 진동이 느껴졌다. 3기통 터보엔진이 가진 한계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뒷자리에 타는 것이 불쾌할 정도는 아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한국GM의 미래를 짊어진 전략 모델이다. 임팩트 SUV라는 별칭답게 트레일블레이저가 국내 소형 SUV 시장에 ‘개성’과 ‘실속’이라는 변화의 바람을 불어일으킬지 주목된다.
원호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