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계약파기·분쟁 등 휘말릴 우려
중국 정부, 사실증명서 발급 구제나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면서 중국 정부가 이번 사태로 공장 가동 중단 등 피해를 입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 대해 보상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일(사진) 대한상공회의소 베이징사무소장은 5일 헤럴드경제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에 따른 가동 중단으로 현지 기업들이 수출계약 파기 위기에 놓인 데 따른 중국 당국의 간접적 피해보상 성격의 구제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정 소장에 따르면 현재 공장이 멈춘 기업들은 약속한 물량을 제때 공급하지 못해 향후 계약 위반으로 법적 분쟁이나 배상 책임 등 2차 피해에 휘말릴 수 있는 상황이다.
정 소장에 따르면 이같은 우려가 고조되자 중국국제무역촉진위원회(CCPIT)는 지난 달 30일자로 역내 피해 기업들에게 ‘국제무역 계약 이행불가 사실증명서’를 발급해준다고 공지했다.
CCPIT는 우리나라의 대한상의와 한국무역협회, 코트라(KOTRA) 기능을 한데 모아 놓은 정부 산하 조직이다. 중국 소재 기업들이 국제 교역과정에서 겪는 분쟁을 중재하고, 법률지원 등을 담당하고 있다.
정 소장은 “과거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에도 유사 조치가 시행됐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면서 “중국 정부가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천재지변과 같은 불가항력으로 간주하고, 계약파기 위기에 놓이거나 계약 이행이 이미 불가능한 기업들에 일종의 인증서를 발급해주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CCPIT가 발급한 증명서는 사전에 협약된 200여개 국가에서 효력이 인정되기 때문에 기업들의 법적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고, 배상 책임으로부터 구제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간접적 형태의 자금 지원책으로, 수출 차질을 빚은 기업들의 법적·재무적 부담을 일부 덜어줄 것으로 평가된다.
정 소장은 “현재 CCPIT는 추가 감염을 막기 위해 직접 방문 대신 온라인 창구로 증명서 발급 신청을 받고 있다”며 “기업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에 따른 피해 사실을 입증하는 자료를 제출하면 심사를 거쳐 증명서 발급 여부를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향후 신청이 몰릴 경우에 대비해 온라인 시스템 설비도 보강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기업은 당초 물류 운송이 예정됐던 선박, 항공, 열차가 이번 사태로 연기 또는 취소됐다는 증명서와 수출화물 매매계약서, 화물부킹계약서, 화물운송대리계약서, 통관신고서 등을 반드시 제출해야 증명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지난 2일 중국 저장성(浙江省)에 있는 한 중국 자동차 부품업체가 이번 사태로 해외 수출이 어렵게 되자 CCPIT에 신청해 증명서를 처음으로 발급받았다. 관련 서류를 제출한 지 하루 만에 발급해줄 만큼 CCPIT도 현재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모임인 중국한국상회는 이같은 내용을 실시간 공유하며 향후 대응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정 소장은 “우리 기업 중 계약파기 위기에 놓이거나 CCPIT에 증명서 발급을 신청한 기업은 현재까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김현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