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실에서 적정 수온을 맞추려면 온도 조절기를 조금씩 움직여야 한다. 갑자기 뜨거운 물을 한꺼번에 틀면 결국 샤워실에서 뛰쳐나오게 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밀턴 프리드먼은 정부의 지나친 시장개입이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며 ‘샤워실의 바보’를 비유로 들어 지적했다.
현재 국내 모빌리티 시장을 주도하는 쪽은 기업이 아니라 정부다. 뜨거운 물(타다금지법)을 무리하게 틀면서 샤워실을 뛰쳐나온 사례(타다)도 발생했다.
정부가 입맛에 맞는 업체들에 혜택을 주고 택시 중심으로 모빌리티 시장을 몰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개입을 넘어 시장 길들이기까지 하는 모양새다.
지난 17일 열린 김현미 국토부장관과 모빌리티 업계 간담회가 대표적이다. 간담회는 사실상 김 장관과 택시 중심 모빌리티 업계 간의 자화자찬 행사였다. 이 자리에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령 등 구체적인 후속 방안은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되레 김 장관이 정부 정책과 택시업계 중심 모빌리티 업체들을 치켜세우고 일부 모빌리티 업체들은 자신들의 성과 내세우기에 급급했다.
현장에는 차차, 풀러스 등 택시를 이용하지 않는 모빌리티 업체도 있었지만 그들에게는 큰 발언권이 주어지지 않았다. 정부와 국회에 내몰린 타다는 아예 자리에 조차 나오지 못했다.
김 장관은 현장에 있던 모빌리티 업체들을 의식한 듯 플랫폼 운송사업에 들어갈 기여금을 감면해 주겠다는 선물도 내놨다. 정부 정책에 순응하면 ‘당근’, 불응하면 ‘채찍’만 가하는 국토부에 모빌리티 업계는 휘둘릴 수밖에 없다. 마치 가두리 양식을 하듯 모빌리티 업계의 생사를 쥐고 흔드는 격이다.
정부의 이 같은 개입에 해외 투자자들은 국내 모빌리티 시장을 회의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타다금지법 통과로 쏘카는 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 유치에 실패했다.
관료주의에 택시 중심 모빌리티 서비스마저 차질이 우려된다. 준비가 안 된 택시 업계와 협업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 업체를 인수해 직접 운영하는 데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었다. 여성전용 택시, 대형택시 등 후속 서비스도 계속 연기되고 있다. 이 모두 국토부가 택시업계 중심으로 모빌리티를 몰아세운 결과다.
국토부는 심지어 ‘타다가 더 많아지고 더 다양해진다’는 광고 문구도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국내 모빌리티 시장을 위해 현재 국토부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정략적인 ‘수사’가 아닌 시장을 기업에 맡기는 ‘혜안’이다.
채상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