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文정부 출신 대부분 본선행
MB정부, 김은혜·박정하만 공천
朴정부, 민경욱 경선 기사회생
4·15 총선에 도전하는 전직 청와대 대변인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의 공천이 막바지에 들어서면서, 민주당의 경우 대변인 출신들이 대체로 약진한 반면 통합당의 경우 고전을 면치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기준 민주당과 통합당에서 4·15 총선에 도전한 청와대 대변인 출신은 모두 10명이다. 이 가운데 ‘본선’ 진출자는 현재까지 6명이다.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윤창중 전 대변인까지 포함하면 모두 11명이 국회 입성을 노린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민주당에서는 문재인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고민정, 박수현 전 대변인이 각각 서울 광진을과 충남 공주·부여·청양에서 공천장을 받았다. 고민정 전 대변인은 광진을에서 야권 ‘잠룡’으로 꼽히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맞붙는다. 박수현 전 대변인은 이 지역 현역인 정진석 의원(통합당)과 리턴매치를 벌이게 됐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 도전자는 3명이다. 김종민 의원은 자신이 현역으로 있는 충남 논산·계룡·금산에서 경선에서 승리했다. 청와대 대변인을 거쳐 일자리수석을 역임한 정태호 전 수석도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 오신환 통합당 의원과 3번째 승부에 나선다. 김만수 전 부천시장은 경기 부천정(오정)에서의 경선에서 패배했다.
반면, 통합당에서는 청와대 대변인 출신들의 희비가 갈린다. 이명박 정부 대변인 출신 3명 중 2명은 단수추천을 받았으나, 박근혜 정부 대변인 출신들은 신통치 않다. 다만, 공천을 받은 인사들도 상대당 후보가 만만치 않아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된다.
김은혜 전 MBC 앵커는 경기 성남 분당갑에서 단수추천을 받아 이 지역 현역인 김병관 의원(민주당)과 대결을 펼친다. 강원 원주갑 공천을 받은 박정하 전 대변인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와 맞붙는다. 또 다른 이명박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인 김희정 전 의원은 부산 연제 경선에서 패배했다.
가장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든 것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대변인 출신들이다. 정연국 전 대변인은 울산 중구 경선을 치렀으나 탈락했으며, 인천 연수을 현역 의원인 민경욱 의원은 당초 공천배제(컷오프) 됐다가 당 최고위원회 재의 요구로 기사회생했다. 민 의원은 오는 22~23일 민현주 전 의원과 인천 연수을에서 경선을 치른다.
이밖에도 박근혜 정부의 초대 대변인이었던 윤창중 전 대변인이 무소속으로 대구 동구을에 출마한다.
청와대 대변인은 흔히 ‘대통령의 입’이라고 불린다.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하는 막중한 자리인 만큼, 주목도가 높다. 또, 언론 노출이 빈번한 만큼 대중에게 친숙하고, 가까이서 대통령을 보좌한 경험을 바탕으로 ‘대통령 후광효과’을 누리기도 한다. 역대 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도전하는 청와대 대변인 출신들이 줄을 이은 이유다.
다만, 국회의원 배지를 달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청와대 대변인 경력만으로는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 20대 국회 출범 당시 여의도 입성에 성공한 청와대 대변인 출신은 김종민(민주당), 민경욱(통합당), 박선숙(민생당), 박준영(민주평화당, 의원직 상실) 의원이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청와대 대변인 출신은 단지 얼굴이 알려졌기 때문에 조금 더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을 뿐 유난히 전략이 다르거나 하지는 않다”며 “역대 정권의 대변인들이 많고, 얼굴도 소모가 되기 때문에 청와대 대변인 경력이 있다고 해도 정치신인의 각오로 다른 사람과 똑같이 임하지 않는 한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