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부·공관위 중도 사퇴 파열음
민주, 시민당에 검증시스템 제공
선거법 전문가 “전례가 없는 일”
판례상 처벌은 쉽지 않을 듯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거대 양당이 비례위성정당의 후보 공천에 공공연히 입김을 불어넣으면서 공직선거법 위반 여부를 놓고 정치권 안팎의 논란이 뜨겁다.
이미 한 시민단체가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등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했으며, 정의당 역시 황 대표를 검찰에 고발했다. 더불어민주당도 더불어시민당의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3일 복수의 전문가들은 거대양당의 비례정당 창당과 공천 개입 행태에 대해 “참 희한한 일”이라면서도 실제 선거법 위반에 해당돼 처벌될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으로 선거법 전문가인 황정근 변호사는 “전례가 없던 일인 만큼, 현행 선거법의 규정으로는 실질적인 선거법 위반으로 처벌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며 “선거법상 (후보 추천에) 민주적 절차를 거치도록 돼있는데 (정당들이) 당헌, 당규에 따른 요건을 형식적으로라도 갖추기 때문에 뾰족한 처벌 규정을 찾기 힘들다”고 말했다.
앞서 미래통합당은 미래한국당의 공천 명단에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것을 넘어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의 교체를 감행했다. 이 과정에서 황 대표가 한선교 전 미래한국당 대표에게 특정 인사의 공천을 요구한 사실도 폭로됐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더불어시민당의 후보 검증에 인력과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가 ‘공천개입’ 논란에 휘말린 상태다. 민주당은 더시민당의 비례후보 중 후순위에 7명을 배치하겠다고 했다가 소속 비례후보들의 반발에 직면키도 했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모(母)정당의 비례정당 공천 개입에 대해, 후보자를 추천할 때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한다고 규정한 선거법 제47조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타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선거법 제88조, 특정 후보자의 지지, 추천, 반대를 강요하는 등 선거 자유의 방해를 금지하는 선거법 제237조 역시 위반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또, 비례대표 후보를 탈당시켜 비례용 위성정당에 입당시키고, 현역 의원을 파견하는 행태 역시 정당법을 거스르는 처사라는 지적이다. 정당법 제42조에서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정당 가입, 또는 탈당 강요를 금지하고 있다.
이미 통합당이 자당 의원 10명을 미래한국당에 입당시켰으며, 민주당 역시 현역의원 파견을 추진 중이다. 앞서 민주당은 황 대표가 한 전 대표를 미래한국당 대표로 가도록 제안한 것을 두고 정당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키도 했다.
양홍석 변호사(전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소장) 역시 “옳고 그름을 떠나, 민주당과 통합당 모두 경계선을 넘나들긴 하지만 형사 처벌까지 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며 “정치활동의 자유를 폭넓게 보장하는 차원에서, 정당이 정치적 의사결정을 할 때 어떤 의견을 주요하게 고려할 것인가 하는 부분을 강요라고 보긴 어렵다”고 했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도 “공천은 정당의 기본적 기능이자 고유권한이고, 주요 정당들이 반칙을 했기 때문에 현실정치에서 (처벌은) 쉽지 않을 것”며 “선관위나 헌법재판소 등 사법부에서 판단을 하더라도, 그동안의 판례를 살펴보면 대부분 국회, 정당이 하는 일에 세세하게 개입하려고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내다봤다.
황 변호사는 “이러한 사태는 선거법 개정 당시부터 예견된 것”이라며 “향후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후보를 반드시 같이 내도록 하는 등 선거법을 개정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