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적으로 좀더 견딜 수 있는 분들은 보다 소득이 적은 분들을 위해 널리 이해하고 양보해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득 하위 70% 가구에 최대 100만원의 긴급 재난지원금 지원을 결정하며 한 말이다. 4인 가구 기준 중위소득의 150% 이상 되는 급여를 받거나 사업 소득이 있는 가구는 세계적인 경제 위기에도 견딜 만한 소위 ‘부자’이기에 이번 지원에서는 빼겠다는 말이다.
여기까지는 많은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서 말하는 부자, 즉 고소득자는 대체로 ‘내가 아닌 사람’을 뜻한다. 즉 나보다 더 잘사는 사람은 빼고 나부터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지원대상 가구 70%에 대한 수긍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가구 소득 상위 30%에 해당하는 금액을 숫자로 접하자 많은 사람이 갸우뚱하기 시작했다.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소득 하위) 70% 정도 되면 중위소득 기준으로 150%가 되고, 이는 (4인 가구 기준) 월 710만원 정도 수준으로 (기준선은) 그 언저리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중위소득 150%, 즉 정부가 견딜 만한 부자와 그렇지 않은 서민으로 나눈 소득의 기준 금액은 4인 가구 월 712만원, 3인 가구 581만원, 2인 가구 449만원, 1인 가구는 264만원 정도다. 최저임금이 주휴수당 포함시 시간당 1만원에 육박하고, 대졸 신입 연봉이 3000만 원을 넘는 시절임을 감안한다면, 대학 졸업 후 취직하고 부모님에게 독립한 20대, 맞벌이 신혼 또는 자녀 1명을 둔 부부, 자녀 2명의 40대 맞벌이 부부는 상당수가 기준점을 넘게 된다.
자녀를 고등학교 또는 대학에 보내며 빠듯하게 사는 외벌이 대중소기업 부장님들도 많은 수가 정부의 부자 공인받을 공산이 크다. 실제 스스로를 부자라 생각해본 적 없고, 또 삶의 형편 또한 드라마 속 부자들과는 거리가 먼 이들이 받을 충격과 허탈함은 적지 않다.
문제는 부자로 공인받은 이들 30%에게는 향후 증세라는 2차 충격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부자 증세가 단골 메뉴였던 지난 대선 이후 눈에 띄게 오른 각종 세금, 또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 등 준조세성 부담금 압박은 이들 30%의 살림을 압박해왔다. 실제 정부는 올해 업무보고에서 자산소득·초고득자 과세 강화, 대기업 과세 정상화, 탈루소득 과세 강화 등을 목표로 정한 바 있다. 현 정부 출범 후 3년간 소득세 최고세율을 42%까지 또 법인세 최고세율 역시 25%로 올리고, 그 외 부동산 관련 세율과 세금도 빠르게 올린 것의 결정판인 셈이다.
결국 가만히 있어도 늘어날 세금에 급작스러운 정부 재정 및 부채 확대는 결국 상위 30%에는 세금이 더 늘어난다는 의미가 된다. 이들에게 진짜 경제위기는 내년부터 시작일 수 있다. 정치인들이 선거 때마다 재원마련 수단의 1번으로 꼽고 있는 ‘부자 증세’ 실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난달 ‘재난기본소득의 논의와 주요 쟁점’이라는 보고서에서 “가장 큰 관건은 재원확보방안”이라며 “재원확보방안이 투명하고, 명확하게 공개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치인의 만만한 증세 대상인 부자가 ‘내가 아닌 사람’에서 평범하게 살아온 당신을 노리고 있다는 진실을 알려야만 지속가능한 복지와 분배도 가능할 것이라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