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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천 화재’ 한달, 유가족 속은 타들어가는데…경찰·관련 업체 ‘모르쇠’
경찰 “화재원인 조사·관련자 수사 진행중이지만 말할 단계 아냐”
유가족 “가만히 있기보다 할수있는건 뭐라도 해보려…답답할뿐”

지난 4일 경기도 이천시 창천동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서 이천 물류창고 화재 피해자 유가족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주소현 기자/addressh@heraldcorp.com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지난달 29일 경기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가 발생하고 한 달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화재 원인 규명과 관련자 수사는 답보 중이다. 이에 발주사와 시공사도 유가족과 대화를 시작하지 않고 뜨뜻미지근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생업을 미룬 채 합동분향소에서 기다리기만 하던 유가족은 책임자 처벌 촉구를 외치며 거리로 나섰다.

29일 경찰에 따르면 화재 원인 조사와 책임자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화재 현장이 다 탔고, 상당수가 사망해 화재 원인을 밝혀내기 어렵다”며 “(화재 원인 조사가)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책임자 수사 상황에 대해서도 “수사가 일단락돼야 결과를 말할 수 있다. 유가족이 원하면 대표단을 상대로 계속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가족들은 한 달이 지난 시점인데 경찰 조사 등이 끝나지도 않고 더디다 보니 늘 답답하다는 입장이다. 지난 16일까지 유가족 대상으로 한 경찰 브리핑이 세 차례 있었으나 유가족들이 언성을 높이고 자리를 박차고 나가는 상황이 반복됐다.

유가족 측은 2008년 1월 이천 냉동창고 화재 때에는 ‘선조치·후조사’가 이뤄졌다며 그때와 비교해도 사고 조사 과정이 더디다는 입장이다. 당시 경찰은 사고 발생 8일 만에 관련자들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정부도 나서 보상 처리 등이 빨리 이뤄졌다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유가족 류모 씨는 “화재 발생이나 피해 규모가 비슷해 (지난 한 달간)그나마 기대했는데 다르게 흘러가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화재 발생 한 달이 지나도록 화재원인·책임자 규명에 진척이 없자 참다못한 피해자 유가족들이 거리로 나섰다. 유가족 80여 명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 회견을 열었다. 오후에는 발주사인 서초구 한익스프레스 본사 앞, 이천시 모가면 물류창고 화재현장에서 차례로 추가 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박종필 이천 물류창고 화재 참사 유가족대책위원회 수석대표는 “하도 (이천 화재가)잊혀져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하는 거다. 오죽 하면 청와대 앞까지 가겠냐”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류 씨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 뭐라도 해 보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오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열린 회견에서는 이천 화재 당시 생존자가 직접 마이크를 들었다. 유가족이자 생존자이기도 한 민모 씨는 화재 당시 상황과 화재 이전 현장 작업 여건 등에 대해 설명하고, 간발의 차로 화재 현장을 빠져나오지 못한 동생을 향해 편지를 낭독했다.

앞서 지난달 29일 경기도 이천시 모가면에서 준공을 앞둔 물류창고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현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78명 중 38명이 사망하고 10명이 다쳤다. 한 달 동안 경찰은 화재 현장에서 총 네 차례에 걸쳐 합동 현장감식을 진행했지만 정확한 화재원인을 밝히지 못하고 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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