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룡들 분발 촉구…본인 존재감 강화 분석도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연일 내놓는 차기 대선 후보상에 보수 잠룡들의 속내가 복잡해졌다. 처음에는 ‘70년대생 40대 경제전문가’를 꺼내들더니 최근에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까지 소환했다. 통합당 내 잠재적 대선후보들은 저마다 “분발하겠다”, “백종원 같은 사람이 되겠다”며 존재감 과시에 들어간 상태다.
26일 정치권에서는 김 위원장의 일련의 발언들에 대해 통합당 내 인물난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9일 초선의원 오찬에서 나왔던 ‘백종원 발언’은 급기야 김 위원장 자신의 ‘대선등판론’으로까지 번지기도 했다.
현재 보수진영 대선후보로는 꼽히는 인사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유승민 전 의원, 황교안 전 대표 등이다.
여기에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있다. 일각에서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거론하기도 한다.
김 위원장의 발언 직후 오세훈 전 시장과 원희룡 지사는 연이어 라디오에 출연해 “새겨듣고 있다”고 강조했다. 오 전 시장은 “‘분발하라, 지금 상태로는 정권 재탈환이 불가능하다’ 이런 메시지로 해석하고 있다”고 했다. 원 지사는 아예 대권 도전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그는 “바닥에 쓰러진 보수의 영역을 넓히고 국민에 부끄럽지 않은 모습으로 일어설 수 있는데 (제가) 적격자라고 감히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들이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하고 있는 김 위원장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 위원장이 연일 ‘대선주자 부재론’을 언급하며 기존 잠룡들의 입지가 좁아진 가운데, 이들을 자극하는 메시지로 분발을 촉구하는 전략이 먹혔다는 관측이다. 결과적으로 ‘백종원 논란’이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멀어졌던 보수진영 후보들에 대한 관심도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정윤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