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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동훈 공모’ 증거없는 23쪽 공소장…“애초 무리한 수사”분석
공개된 채널A 前기자 ‘검언유착’ 공소장
핵심증거라는 한동훈과의 ‘부산 대화’녹음
연락 횟수 기재됐지만 ‘공모’ 인정 어려워
법조계 “강요미수 성립 자체 어렵다” 지적
유시민 등 수사팀에 불리한 내용은 빠져

이른바 ‘검·언 유착’ 의혹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전직 채널A 기자에 대한 공소장이 공개됐다. 기존에 알려진 것처럼 한동훈 검사장과의 공모관계가 담겨있지 않아 무리한 수사를 벌였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가운데, 기재된 사실관계만으로는 강요미수 혐의 성립 자체가 어렵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11일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가 작성한 이모 전 채널A 기자에 대한 공소장에 따르면 수사팀은 총 23페이지 분량으로 이 전 기자가 후배 기자인 백모 기자와 함께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를 협박해 ‘신라젠’ 사건에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관여한 정황을 전달받으려 한 내용을 담았다. 밸류인베스트코리아는 주가조작 사건으로 논란이 일었던 신라젠 전 대주주다.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과의 유착 근거로 든 것은 이 전 기자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과 부산고검 집무실에서 나눈 대화 내용이다. 공소장에는 이 전 기자가 지난 1월 26일부터 3월 22일까지 한 검사장과 통화 15회, 카카오톡 메시지 327회를 주고받았다고 기재됐다.

법조계에서는 이 정황만 놓고는 한 검사장에 대한 강요미수 공범 혐의 적용이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 검사장은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로 대 언론 업무를 맡았고, 이후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을 지내며 검찰 주요 사건을 처리하다 추미애 장관 부임 이후 부산고검 차장검사로 발령났다. 대화 내용을 밝히지 못한 채 단순히 연락을 주고받았다는 정황만으로 ‘협박 공모’를 간주하기 어렵다.

이 사건 내용을 잘 알고 있는 한 변호사는 “공소장을 보면 한동훈 검사장과 이 전 기자가 나눈 대화 내용이 녹취록과 다르고, 시간 순서도 다르다”고 지적했다. 공소장에는 이 전 기자가 윤석열 총장의 부산 예방 취재 차원에서 부산고검에 내려갔을 때 한 검사장과 나눈 대화 내역이 주요 증거로 제시됐다. 이 전 기자가 유시민 이사장의 강연료 3000만원을 언급하자 한 검사장이 “주가 조작의 차원이다”라고 말했다고 기록됐다. 하지만 공개된 녹취록 전문과 음성파일을 확인하면 한 검사장의 발언 내용은 “거기있는 사람들에게 강연을 하는 것이 적절한지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사람이 와서 강연했다는 것을 밖에 홍보하는 것이 주가조작 차원”으로 맥락이 다르다. 이 전 기자가 유 이사장을 계속 언급하자 “관심 없다”고 언급한 대목이나, “금융 범죄를 정확하게 규명하는 게 중요하다, 그게 우선”이라고 말한 부분은 생략됐다.

수천 억원대 금융사기를 저지른 이철 전 대표를 향해 ‘엄하게 처벌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이 전 기자의 언급이 강요죄 요건인 협박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이 전 기자는 이철 전 대표를 실제로 만난적이 없고, 브로커 지모씨와 변호사 이모씨를 순차적으로 거치거나 편지를 보내 의사를 전달했다.

형사소송 전문가인 김정철 변호사는 “통상적인 사람의 기소라면 1페이지면 될 내용을 23페이지를 썼다”며 “유죄의 예단을 줄 수 있는 내용을 공소장에 너무 많이 기재했다, 공소유지에 대한 부담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판사 출신의 이현곤 변호사도 “기자의 취재 범위를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선례도 없다”며 “이번 사건의 정도까지 협박으로 넓히면 이것은 형벌의 지나친 확장이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법무법인 매헌의 김형준 변호사는 “법원에 피해자들이 ‘엄벌에 처해주십시오’ 하면 협박이냐. 기록을 안봐서 단정할 수는 없지만 공소장만 가지고 봤을때는 가능성이 없는 일을 가지고 협박이라고 단정해 강요미수로 기소한 사건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 전 기자가 편지를 보낸 내용도 “35살짜리 기자가 검사장에게 부탁을 한다고 해서 검사장에게 먹히겠느냐. 기자나 검찰의 구조를 비상식적으로 생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 전 기자에 대한 공소장이 ‘공소장 일본주의’ 위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혐의사실과 직접적으로 관련없는 내용을 기재해 판사의 예단을 유도해서는 안된다는 원칙이다. 좌영길·서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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