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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직원 뺏기고, 레시피 도용 당해도 속수무책…‘덮죽’ 사장님 많다 [언박싱]
‘덮죽’이 쏘아올린 공, 레시피 베끼기 논란
대기업도, 글로벌 기업도 베끼기 못 막아…“상호명 빨리 등록해야”
기사 내용과 상관없는 사진 [연합뉴스]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원래 팔던 음식을 안 팔고 생뚱맞게 죽을 팔더라니까요”

수요미식회에 출연할 정도로 유명한 맛집을 운영하는 김유정(57·가명)씨는 최근 어이없는 일을 당했다. 김씨와 공유주방에서 함께 요리하던 다른 음식점 사장 A씨가 원래 있던 메뉴를 버리고 김씨네 가게와 똑같이 생긴 죽을 팔기 시작한 것. 알고 보니 A씨는 김씨 가게에서 근무하던 직원을 자신의 가게로 데려와 조리법을 배껴 메뉴를 만들었다. 지난 6월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김씨는 가게 사장과 공유주방 측에 항의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변호사를 찾아갔지만 ‘상도덕’ 문제라 어쩔 수 없다며 “차라리 청와대 국민청원에 호소하시라”는 조언을 듣기도 했다.

골목식당 ‘덮죽’ 논란이 커지면서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빈번하게 이뤄지던 ‘레시피 베끼기’ 문제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조리법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악용, 비슷한 생김새를 가진 제품을 출시하거나 똑같은 조리법의 음식을 내놓는 식이다. 전문가들은 현실적인 한계를 지적하며 상호나 관련 저작물을 신속히 등록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전국에서 #따라하는 #덮죽’ 슬픈 해시태그
강원도 춘천 카페 감자밭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온 감자빵 관련 게시글. 모방 음식이 너무 많다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출처=카페감자밭 인스타그램]

13일 프랜차이즈 업계에 따르면 조리법 도용 문제는 그동안 업계에서 공공연하게 이뤄지고 있다. 김씨 사례에서도 보듯 조리법을 알고 있던 사람이 경쟁사로 갈 경우 이를 막을 방법이 사실상 전무하다. 조리법은 창작물이라기보다는 음식을 얻기 위해 재료 추가, 재료 혼합 비율을 조정하는 기능적인 설명에 가깝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는 대기업 프랜차이즈까지 표절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12일 SPC 파리바게뜨는 감자 농가와 상생 차원에서 내놓은 강원도 감자빵 메뉴가 표절 논란에 휩싸이자 메뉴 판매를 중단했다.

SPC 관계자는 이에 대해 “덮죽과 달리 감자빵의 레시피는 널리 알려져 있어 표절은 아니지만, 해당 업체의 항의가 있었고 상생을 위해 좋은 뜻에서 기획한 제품인 만큼 대승적 차원에서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도, 글로벌 기업도 베끼기 못 막아…“상호명 빨리 등록해야”

영세 상인뿐만 아니라 대형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대기업·글로벌 기업도 조리법은 최소한의 대책으로만 보호하고 있다. 계절밥상을 운영하는 CJ푸드빌은 2014년 브랜드를 론칭하면서 개발 메뉴가 담긴 ‘계절밥상 레시피 북’을 저작권위원회에 저작물로 등록했다. 조리법 자체가 아니라 ‘조리법을 담은 책’을 보호해 조리법 도용을 막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조리법은 보호 대상이 아니다. 한국과 비슷하게 음식을 만드는 과정의 일부로 보거나 음식을 모방하는 행위 자체를 개발 과정으로 보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고려해 코카콜라와 같은 일부 글로벌 브랜드는 자사 제품 원료나 조리법을 공개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조리법 자체가 보호받기 어려운 만큼 사업주가 상호·상호 디자인을 적극적으로 등록할 것을 권유하고 있다. 특허법률사무소를 운영하는 B 변리사는 “조리법으로만 특허를 받기는 매우 어렵다”며 “권리가 없어도 투자나 노력으로 얻은 성과물을 도용당할 경우 부정경쟁방지법을 통해 보호받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현실에서는 상도덕 문제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상호나 상호 디자인을 가능한 한 빨리 등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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