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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꼭 맞는 교수들의 지적, 我是他非(나만 옳고 남은 그르다)

교수들이 뽑은 2020년 올해의 사자성어로 ‘아시타비(我是他非)’가 선정됐다. 글자 그대로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이다. 원전이 따로 없다.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의 세태를 그대로 한문으로 옮긴 사자성어다. 신조어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죽하면 그랬을까.

교수신문은 전국 906명 교수를 대상으로 올해의 사자성어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32.4%가 아시타비를 택했다고 20일 밝혔다. 6개 사자성어 후보 중 한 사람당 2개씩 골라 총 1812표가 집계됐는데, 588표가 아시타비에 몰렸다. 거의 대세다.

아시타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표(21.8%)를 받은 사자성어도 ‘후안무치(厚顔無恥)’다. ‘낯이 두꺼워 부끄러움을 모르는 뻔뻔함’을 지적하는 말이다. 문제의 본질을 해소하지 못한다는 ‘격화소양(隔靴搔 ·신발을 신고 가려운 곳을 긁는다)’과 답답한 현실을 표현한 ‘첩첩산중(疊疊山中)’이 그다음을 이었지만 10%를 넘기는 선에 그쳤다.

결국 한국의 대표적인 지식인인 교수들이 규정한 한국의 2020년은 ‘뻔뻔한 내로남불’의 해다. 코로나19로 국가적 위기에 닥쳤음에도 상생을 외면하고 제 주장에만 몰두한 사회지도층 인사들에 대한 비난임은 물론이다.

참담한 일이다. 아시타비를 추천한 정태연 교수(중앙대 심리학과)가 “올해의 우리 사회를 대변하는 사자성어로 아시타비가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다는 사실 자체에 서글픈 마음을 지울 수가 없다”고 했을 정도다. 그만큼 올해는 갈등의 연속이었다. 특히 정치권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서 시작된 내로남불 논란은 추미애 현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로 정점을 이뤘다.

내로남불은 여야, 보수와 진보 할 것 없이 모두 적용될 말이지만 집권층에 더 큰 책임이 있음을 부인하긴 어렵다. 못 가진 자의 내로남불은 아우성에 그칠 뿐이지만 권력자의 그것은 수많은 폐해를 낳기 때문이다. 내 편 네 편만 따지니 옳고 그름의 객관적 판단 기준도 모호해졌다. 잘못된 건 기어이 남 탓이다. 밑도 끝도 없는 ‘적폐’라는 낙인은 그 모든 걸 말해준다.

지적과 비판의 목적은 개선과 상생이다. 자신에 대한 반성과 성찰, 상대를 위한 건설적 지혜와 따뜻한 충고에서 상생의 소망을 찾아야 한다. 타인에게 모질고 자신에게 관대한 위선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게 먼저다. 입장 바꿔 생각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에서 출발하자는 얘기다. 그래야 균형과 조화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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