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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대책 없는 거대여당의 입법 만능주의 1가구 1주택법

더불어민주당 진성준 의원을 중심으로 22일 발의된 1가구 1주택법(주거기본법 개정안)은 거대 여당 입법 만능주의의 폐해를 제대로 보여준다.

한 채만 남기고 빼앗겠다는 게 아니니 재산권이나 거주기본권 등의 위헌 여부는 논외로 치자. 하지만 이 법으로 주택시장의 자유시장경제는 완전히 무너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멀쩡한 주택시장의 교란은 불 보듯 뻔하다. 임대사업자를 비롯한 다주택자들이 한 채만 남기고 집을 다 파는 것 자체가 어렵다. 불가능하다는 쪽이 옳다. 매매란 사고파는 것이다. 그런데 파는 쪽만 떠민다. 게다가 매물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다. 수요자들에겐 자기 입맛과 처지에 맞는 집이 필요하다. 수많은 매물이 나와도 그림의 떡일 수도, 먹기 싫은 상한 음식일 수도 있다. 거래가 다 될 리 없다.

민간 건설시장의 위축도 불가피하다. 팔 집이 널렸는데 무슨 새집을 지어 판다는 말인가. 주택건설업자들은 모두 기존 주택의 인테리어나 해야 할 판이다. 그게 아니면 정부 돈 받아 공공임대 주택이나 짓는 수밖에….

무엇보다 지금 전월세 사는 사람들은 다 어쩌란 말인가. 집 살 돈이 없으면 어디로 가야 하는가. 1가구 1주택법을 유지하려면 소화 안 되는 매물의 국가 매입 의무, 매입자금 무조건 대출 등등의 수많은 관련 법을 또 만들어야 할 것이다. 애초부터 말이 안 되는 법이란 얘기다.

이미 임대차 3법으로 호된 경험을 한 정부 여당이다. 아직도 부작용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런데 오히려 그보다 더 폐해가 심각할 게 뻔한 법을 만들겠다고 한다. 하긴 그 부작용을 막아보겠다고 생각해낸 게 1가구 1주택법인지 모를 일이다.

물론 논란이 커지자 진 의원은 “1가구 다주택 소유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고 기본 원칙을 명문화하려는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시행하지도 않을 원칙을 이 바쁜 코로나 와중에 뭐하러 만든다는 말인가.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둔 또 하나의 편 가르기 수법이라는 세간의 추측이 영 틀린 것도 아니다.

1가구 1주택법은 어차피 입법에 이르긴 어려울 것이다. 야당이 반대해서만은 아니다. 마음만 먹으면 거의 모든 입법이 가능한 슈퍼파워 거대 여당 아닌가. 발의 자체로 무주택자의 설움을 다독이려 한다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으니 입법과 시행까지 무리해가며 진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과도한 집값 상승을 억제하고 싶은 정부 여당의 최소한의 선의까지 무시하자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해도 정도껏이다. 주택 정책을 입법 실험의 대상으로 여겨선 곤란하다. 주택시장이 실험실의 개구리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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