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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정경심 1심 유죄 판결, 공정가치 되새기는 계기돼야

자녀 입시 비리와 사모펀드 불법 투자 등 15가지 혐의로 기소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아내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23일 4년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지난해부터 ‘조국 사태’라는 이름으로 극심한 국론분열을 일으켰던 ‘조국 일가(一家) 사건’에 대한 첫 사법적 판단이 나온 것이다. 법원은 이날 정 교수의 입시 비리 관련 혐의는 모두 유죄, 사모펀드와 증거인멸 관련 혐의는 일부 유죄로 판단하면서 혐의 11개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렸다.

정 교수의 입시 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본 법원의 판단은 정 교수 측 변호인이 “괘씸죄가 적용된 것 아니냐”고 항변할 정도로 엄중하다. 법원은 정 교수가 딸 조민 씨의 단국대 의과학연구소 논문 1저자 등재 및 인턴확인서,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및 인턴십 확인서, 동양대 총장 표창장 등 7건을 허위로 꾸미거나 위조했다고 봤다. 조민 씨는 이렇게 만든 가짜 스펙으로 부산대 의전원에 합격했다고 판단했다. 조 전 장관도 서울대 인턴십 확인서를 위조하는 데 관여한 공범으로 적시했다.

정 교수의 입시 비리 혐의는 당시 ‘아빠찬스’ ‘엄마찬스’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특수목적고 재학생과 학부모 간의 관행이었다는 점에서 정상참작을 해야 한다는 동정론도 많았다. 윤영찬 민주당 의원은 “그 시절 자식 스펙에 목숨 걸었던 이 땅의 많은 부모를 대신해 정 교수에게 십자가를 지운 것이다. 잔인하다”고 했다. 그러나 법원의 판결은 추상같았다. 이날 재판부는 “피고인(정 교수)은 단 한 번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정신적 고통을 가했다”면서 “공정한 경쟁에 대한 우리 사회의 믿음을 저버렸다”고 했다. 특권층이 ‘내로남불’로 공정의 가치를 무너뜨린 사안이라 일벌백계로 죄를 물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사람들이 ‘정 교수 사건’을 ‘조국 사태’로 기억하는 것은 보수와 진보 진영이 검찰 개혁의 상징이던 조 전 장관을 두고 정면충돌했기 때문이다. 보수 진영은 조 전 장관의 청문회를 앞두고 자택 압수수색에 나서고 특수부를 총동원해 수개월간 전방위 수사를 지휘한 윤석열 검찰총장을 적극 지원했고, 진보 진영은 검찰 개혁을 가로막는 ‘검찰 쿠데타’라며 반발했다. 양 진영은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앞에 집결했다. 나라가 두 쪽으로 갈렸고 추미애-윤석열 싸움의 서막이 시작됐다. 사법부가 이런 정쟁과 진영 논리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오직 법과 양심에 따른 독립적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이제 1심 판결이 내려졌을 뿐이다. 여야는 아전인수식 해석으로 진영싸움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차분히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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