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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청회 한번 열고 뚝딱…처리시한 맞춘 졸속 ‘중대재해법’ [산업재해 처벌법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中>]
2017년 첫 발의…20대땐 논의없어
심사 6차례…여야 모두 참석 5번 뿐
쟁점 조항 논의없이 빼버리고 넘어가
누더기·과잉 입법…재계·노동계 반발
정의당 의원들이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시작 전 5인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적용 등을 촉구하고 있다. [연합]

“말 그대로 ‘입법참사’죠. 처리시한부터 정해놓고 번갯불에 콩 볶듯 했는데, (재계와 노동계) 양쪽 다 불만이 없는 게 이상하죠.”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법)이 진통 끝에 지난 8일 국회 문턱을 넘었으나 후폭풍은 여전하다. 노동계에서는 “예외조항으로 점철된 누더기 법안”이라고 성토하고, 재계는 “기업인을 범죄자로 만드는 과잉입법”이라고 반발한다.

정치권은 여야 가리지 않고 법안 통과 직후부터 보완을 시사하고 나섰다. 벌써부터 개정 이야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졸속 입법의 방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5일 헤럴드경제가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21대 국회 들어 중대재해법이 발의(2020년 6월11일)된 후 본회의를 통과(2021년 1월8일)할 때까지 소요된 기간은 212일이다.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2017년 4월 14일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법(재해처벌법)’을 발의한 때부터 따지면 1366일만이기도 하다.

그러나 정작 법제사법위원회가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중대재해법을 심사한 것은 단 6차례, 그나마도 여야가 함께 논의의 테이블에 앉은 것은 5차례뿐이다. 심사 날짜도 지난해 12월24일과 29일, 30일, 지난 5, 6, 7일로 연말과 연초에 몰렸다.

이 과정에서 공청회는 단 한 번 열렸을 뿐이다. 앞서 노 의원이 발의한 재해처벌법은 20대 국회 내내 단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다.

깊은 숙고와 치열한 논의를 했다기에는 낯부끄러운 기록이다. 이미 있는 법을 개정하는 것이 아닌 새로 법을 만드는 제정법인데다, 기업과 산업현장에 미치는 영향이 큰 법안임을 감안하면 지나친 졸속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해당 법안의 핵심은 사업장에서 근로자가 1명 이상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영자가 1년 이상 징역형이나 10억원 이하 벌금형을 부과하는 것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대상에서 제외다. 내년부터 시행이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일로부터 3년간 법 적용이 유예된다.

산업재해를 막고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인 노동자를 보호하자는 법 취지 자체에 대해서는 정치권에서도 별다른 이견이 없다.

문제는 입법과정이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하나의 법을 이렇게 오래 심사한 것은 법사위 5년차지만 처음”이라고 했지만 여론은 싸늘하다.

여야 당리당락에 따라 법안이 처리되면서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미흡했을 뿐만 아니라 충분한 논의를 거치지도 못했다는 비판이다. 법안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재계와 노동계의 반발은 예고된 사태였던 셈이다.

중대재해법 논의가 본격적으로 불붙은 과정 자체도 희극이다. 당초 정의당은 법안논의를 거대 양당에 촉구했으나, 11월까지 첫 발을 떼지도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임대차3법, 경제3법 등을 밀어붙이면서도 중대재해법에는 소극적이었다.

분위기가 바뀐 것은 지난해 11월부터다. 지난해 11월10일 국민의힘이 정의당과 공동으로 중대재해법 정책간담회를 열면서 ‘초당적 협력’을 약속한 것이다.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중도층 확장에 공을 들이는 국민의힘의 행보에 민주당의 마음도 급해졌다.

이후 이낙연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는 12월 임시국회 회기 내(1월8일)에 중대재해법을 처리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정의당은 지난달 10일부터 고(故) 김용균씨 어머니 등과 함께 단식 농성에 돌입하며 압박의 수위를 높였다. 부채질했던 국민의힘은 정작 논의 과정에서는 별다른 전략이 없었다. 중대재해법에 대한 정부안은 지난달 29일에서야 국회에 전달됐다.

서복경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 소장(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책임연구원)은 “해당 법은 2017년 발의 후 3년이 넘도록 논의조차 되지 않다가 연말에 너무 급하게 처리됐다”며 “그러다보니 5인 미만 사업장을 제외하는 쟁점 조항 같은 경우도 대안을 제시하는 논의를 하기 보다는 아예 빼버리고 넘어가거나 하는 식이었다”고 비판했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소장은 “법안의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나, 내용은 둘째 치고 입법과정만 살펴보면 낙제점”이라며 “논란이 있는 법안이 특정 정당의 농성과 단식 압박에 밀려 처리되는 것 자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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