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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건보 콜센터 파업, ‘인국공 사태’ 재연 우려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원 940명이 1일 파업에 들어갔다. 건보공단의 민간위탁업체 소속 근로자인 자신들을 건보공단이 직접 고용하라고 주장하면서다.

이번 파업의 쟁점은 이미 정규직인 민간회사 근로자를 공기업 직원으로 채용하는 것이 형평성과 공정성에 부합하느냐다. 고객센터 노조는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에 따르면 연속성 있는 업무를 수행하는 민간위탁업체도 정규직 전환 대상”이라며 “2019년부터 공단 직고용을 요구해왔는데 공단이 계속 무시해서 파업이 불가피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건보공단은 “공단 소속 기간제 근로자 등은 명백한 정규직 전환 대상이지만 민간위탁업체 근로자를 직고용하는 것은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는 입장이다. 건보공단 노조의 76%도 직고용에 반대하고 있어 이대로 가면 노-노(勞-勞) 갈등이 불거질 공산이 크다.

건보 관련 문의·상담 서비스를 하는 고객센터 직원들은 공단 간 협업 업무가 많은 데다 가입자 개인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보안 차원에서 직고용의 명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문제는 ‘빚더미’에 깔린 공공부문의 재정 현실이 감당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고객센터 전체 직원은 1623명으로, 건보공단 전체 임직원(1만6240명)의 10%에 이른다. 직고용은 취업준비생에게도 민감한 문제다. 지난달 29일엔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건보 고객센터 직원의 공단 직고용을 반대합니다’는 글이 올라왔는데, 나흘 만에 3000명 넘는 동의 의견이 달렸다. 가뜩이나 코로나19까지 겹쳐 ‘코로나 세대’ 청년들의 신규 취업은 하늘의 별 따기다. 취업준비생들은 수십, 수백대의 1의 경쟁을 예사로 거쳐야 하는데 공기업의 위탁업무를 한다는 이유로 직고용으로 수직상승하는 것은 형평성과 공정성에 부합하지 않는다.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에 청년들이 분노한 이유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접수된 노사 간 분쟁 사건 수는 지난해 1만7514건으로, 문재인 정부가 임기를 시작한 2017년보다 37.8%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역대 정부 중 가장 큰 오름세다.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찾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가 될 수 있지만 급진적이고 편향된 노동정책으로 인해 기업들이 끊임없는 분쟁에 시달리게 됐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번 직고용 파업도 이런 흐름의 연장선에 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정부가 정규직 전환 대상과 기준에 대한 방침을 명확히 정하지 않은 채 ‘정규직 직원이 될 수 있다’는 기대만 부풀려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든 책임이 분명 있다. 이제라도 결자해지한다는 자세로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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