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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쟁도 ‘아시타비’…이제는 與가 野에 “이적행위”·野가 與에 “전 정부도 친일이냐”
여야, 서로에게 "내로남불"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연합]

[헤럴드경제=윤호 기자] 야당이 “이적행위”라고 지적하자 여당도 “(그쪽이) 이적행위”라고 맞받아쳤다. 여당이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도 추진했던 일”이라는 논리를 들고나오자 야당도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도 추진했던 일”이라는 이유를 댔다.

‘북한 원전건설 추진 의혹’ 논란과 법관 탄핵, 한일 해저터널 연결 공약을 둘러싼 여야의 공방이 프레임 전쟁을 넘어 ‘아시타비’로 치닫고 있다. 아시타비(我是他非)는 같은 사안도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의 신조어다.

지난 주말 “북한 원전추진 의혹이 사실이라면 ‘이적행위’”라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에 “선을 넘었다”며 대로했던 여당은, 김 비대위원장이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주장하자 “이거야말로 이적행위”라고 받아쳤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고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임기 중 한일 해저터널을 추진했다는 점을 언급하며 “두 전임대통령까지 친일DNA가 있다고 하겠는가”라고 되받아쳤다. 이 역시 여당이 북한 원전추진설에 대해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도 했던 일이라고 해명한 논리를 그대로 차용한 것이다.

법관 탄핵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여당은 김명수 대법원장에 대해 국민의힘이 탄핵을 추진하자 직접적으로 “국민의힘은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소추안’ 추진에 사법부 길들이기라고 비판했다”며 “남이 하면 길들이기, 내가 하면 정의구현인가. 내로남불식 주장”이라고 했다. 이에 질세라 야권 인사인 김근식 경남대 교수는 “사실상 주적인 핵 보유국 북한에 핵폭탄 원료를 제공하는 원전건설은 ‘이적행위’가 아니고, 이웃 나라 일본과 경제·문화적 협력을 강화하는 해저터널은 ‘이적행위’냐. 정치적 내로남불이 이제 ‘일상적 무의식’으로 자리 잡았다”고 비판했다.

그들의 말대로 작년 교수신문이 꼽은 한자성어이자,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을 한자로 번역한 아시타비가 떠오르는 대목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를 민주주의 실현이 아니라 권력유지나 쟁취 관점에서만 접근해 갈등 조정에 서투른 것”이라며 “상대방 논리를 인정하면서 나아가는 게 민주주의 기본원리인데, 아예 무시하다보니 자기가 비판하던 논리도 마구잡이로 가져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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