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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특별기고] 부산에서의 말 잔치

선거가 다가오면서 부산을 둘러싼 양당의 공약이 난무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은근슬쩍 가덕신공항을 기정사실로 했고 국민의힘은 가덕신공항을 받고 한일 해저터널까지 승부수로 던졌다. 민주당은 반사적으로 친일 이야기를 했지만 과거 한일 정상회담에서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이 해저터널을 제안했다고 밝혀지자 난감해하고 있다. 만약 기술적인 어려움과 비용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면 이낙연 민주당 대표가 전남지사 시절부터 누차 제안하고 총리 시절에 추진했던 목포~제주 해저터널이 바로 소환당할 것이다. 당장 유력 여권 부산시장 후보인 김영춘 전 의원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곰곰이 따져봤다면 한일 해저터널을 언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궁색한 변명을 시작했다. 민주당이 반박도, 찬성도 불가능한 한일 해저터널은 김종인이라는 노정객의 정치적 내공이 빛을 발한 한 수였다. 하지만 정치적 효과를 배제하면 솔직히 가덕신공항이나 한일 해저터널 모두 현실성이나 당위성 면에서는 논쟁의 대상인 공약들이다. 젊은 정치인으로서는 이번 보궐선거가 양당의 ‘아무 말 대잔치’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방송에서 민주당 관계자와 가덕신공항을 주제로 토론할 때마다 3개월째 같은 질문을 하고 있다. “민주당은 김해공항에서 가덕도로 장거리 국제선, 단거리 국제선, 국내선, 군 공항 중 어떤 기능까지 이전하자는 겁니까?” 민주당 의원도, 최고위원도, 상근부대변인도 모두 얼버무린다. 공항에 대해 찬반토론을 해보려면 적어도 어떤 노선의 비행기가 뜨는지는 말해야 한다. 가덕신공항에서 미국이나 유럽행 장거리 노선을 띄울 때 항속거리가 긴 대형 기종을 채우려면 중국, 일본 등지에서 단거리 국제선으로 승객을 모아와야 한다. 현재 인천공항에서도 수많은 중국발 단거리 국제선에서 환승을 시켜 대형 여객기를 채운다. 그런 외국발 환승객에게 단거리 국제선을 타고 김해에 내려 장거리 국제선을 타러 가덕도로 가라고 하면 허브공항 영업이 되겠는가. 그렇다고 일괄 이전하면 현재 김해에서 단거리 국제선을 이용하는 부산 시민은 이동거리가 늘어나 불편해진다. 항공 수요에 대한 복잡한 이해관계에 대해 민주당이 어떤 고민을 했는지 궁금하다.

가덕신공항과 김해공항을 둘 다 운영해도 논란이다. 지금까지 김해공항으로 인해 개발이 저지됐던 서부산 지역에서는 국내선과 군 공항까지 모두 이전하고 김해공항을 폐쇄하는 것을 원하는 경우도 있다. 이 수많은 이해관계의 충돌 속에서 전문가들이 결정했던 것이 김해신공항이었다. 이것을 뒤엎으려면 적어도 허브공항을 만들겠다는 목표와 단거리 이용객의 불편, 김해 지역 개발 이슈 등을 어떻게 조화롭게 해결해낼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은 하고 가덕신공항을 던졌어야 한다.

답이 궁색하니 가깝게는 이번 보궐선거, 멀게는 대선까지 애매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집권당의 자세라면 국민은 불행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나아진 것 없는 지역 경제와 오거돈 부산시장의 불미스러운 사퇴로 인한 부산의 분노한 민심을 가볍게 보는 것이 아니라면 정확히 어떤 노선의 비행기를 띄우겠다는 것인지 밝히지도 못하는 공약 말 잔치는 하지 않아야 한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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