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데스크칼럼] 이낙연 ‘경제·복지’와 주호영 ‘문재인·실패’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2일과 3일 차례로 국회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했다. 시각과 비전 차이가 뚜렷했다.

각 연설에서 대표적인 단어 사용 빈도를 헤아려봤다. 두 사람 공히 가장 많이 사용한 것은 ‘코로나’ ‘방역’ ‘백신’ 등 코로나19 관련 단어였다. 국민적인 협력에 감사하고 피해 지원의 의지를 밝힌 점은 같았으나 이 대표는 ‘성공적인 방역’을 강조했고 주 원내대표는 ‘백신 조기 확보 실패’를 비판한 것은 크게 달랐다.

이 대표가 가장 많이 쓴 단어는 ‘경제’(25번)-‘복지’(18번)-‘노동’(15번) 순이었다. 남북(14번)-북·미(13번)-북한(5번) 등 남북미 관계 관련 단어도 많았다. 주 원내대표의 경우 ‘문재인’(31번)-‘부동산’(20번)-‘경제’(10번)-‘원전’(9번)-‘실패’(8번) 순이었다.

이 대표는 여당의 수장이자 유력 대권주자로서 4·7재보궐선거와 2022년 대통령선거까지 바라보는 포괄적인 의제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반면 주 원내대표는 문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하며 현 정부의 실패를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다.

국민의힘은 당연히 정권비판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주 원내대표의 연설은 ‘비전 제시’가 다소 부족했다는 점은 아쉽다. 주 원내대표의 연설 요지는 대체로 두 가지 정도로 볼 수 있는데 “문재인 정부가 실패했으니 4·7재보선에서 정권을 심판하자”는 것과 “북한 원전 의혹을 대통령이 직접 밝혀라”라는 것이다. 그러나 대안 수권세력으로서의 면모와 실력을 부각시키는 데는 한계가 뚜렷했다. 연설이 문제인지, 당 전반의 문제인지는 국민의힘으로선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미국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 중에선 미국 대통령인 주인공이 재선 유세를 하면서 참모들로부터 ‘비전’이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할 것을 요청받는 장면이 있다. 대통령이 ‘비전’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마다 청중의 호감도가 순간적으로 상승한다는 데이터에 기반을 둔 전략이었다. ‘비전’이라는 말을 자주 쓰면 실제 그렇든 아니든 비전을 가진 사람으로 보인다는 가설, 이른바 ‘프레임 이론’의 하나다.

선거를 앞두고 최근 여야 간 프레임 싸움이 한창이다. 이른바 ‘북한 원전 의혹’을 놓고 야당이 ‘이적’ 표현까지 써가며 공격하자 여당은 야당의 부산 공약인 ‘한일 해저터널’을 두고 ‘친일’이라고 반격했다. 서로를 ‘친북’ ‘친일’ 이미지로 덧씌우려는 퇴행적인 네거티브 프레임 대결이라는 점에선 여야 하등 나을 것이 없다.

그러나 야당이 밀리고 있는 것은 스스로를 규정하는 긍정의 프레임을 짜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여당이 ‘상생 연대 3법’을 전면에 내세우자 야당이 여러 비판을 하면서도 정작 똑 부러진 대안도, 대항 담론도 내놓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 방증이다. 대표적으로 주 원내대표는 “정교한 손실 보상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프레임 이론에서 ‘상대방의 언어(용어)를 쓰면 안 된다’는 기본적인 룰도 못 따르는 것이다. 국민은 ‘북한 원전’이 아니라 당장의 재난 지원이 중요한데, 정작 여기서의 대안경쟁과 프레임 싸움에서 밀리고 있다. 이게 과연 프레임의 문제일까, 콘텐츠의 문제일까.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