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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설 민심과 거짓말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이 코앞이다. 정치권에서 설이나 추석은 때로는 공포의 대상이고 때로는 최대의 활용 대상이다. 설과 추석이 지나면 민심의 향배가 달라지거나 혹은 굳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엔 SNS와 각종 개인방송으로 인해 가족 간의 정치적 정보교환의 의미는 축소됐고 더구나 올해는 함께 모이기도 힘들어 설의 정치적 의미가 축소되긴 했다.

그런데도 과거만큼은 아니더라도 설 민심이 형성될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또한 대선의 풍향계라고 볼 수 있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둔 시점의 설이어서 ‘설 민심’이 정치권에 주는 영향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런데 설 연휴 직전 마지막 여론조사를 보면 설 민심이 여권에 호의적일 것 같지는 않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1∼5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여론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2.0%포인트.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를 보면 서울에서의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6.3%포인트 상승한 35.2%였고, 민주당은 7.8%포인트 하락한 25.7%이었다. 부산의 경우도 국민의힘 지지율은 4.0%포인트 상승한 39.6%, 민주당은 9.3%포인트 하락한 24.4%로 나타났다. 전국 지지율에서도 국민의힘이 민주당을 앞섰다.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졌다.

설 민심에 대한 여권의 걱정이 클 것 같다. 그렇다면 여론이 이렇듯 여권에 불리하게 형성된 이유가 궁금해진다. 가장 큰 요인은 판사 탄핵과 김명수 대법원장의 거짓말 논란일 것이다. 살면서 거짓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거짓말로 인해 부당한 이익을 챙기거나 사회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발생될 정도라면, 설령 실정법으로 처벌이 가능하지 않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이에 대한 책임은 어떤 식으로든 물어야 한다. 김 대법원장의 거짓말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 9개월 전의 일이라 기억이 희미했다고 주장함에도 말이다.

대법원장이라는 자리는 사법부를 대표하는 자리고, 사법부는 거짓과 진실을 구분하고 판단하는 것을 주요 임무로 하는 국가 권력의 한 축이다. 그런 사법부의 수장이 거짓말을 했으니 사법부 전체에 대한 신뢰는 상당 수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런 사법부에 대한 신뢰 저하는 국가 전반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사법부의 신뢰 저하는 법치에 대한 신뢰 저하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법치에 대한 신뢰 저하는 정권의 정통성과 국가의 존재이유에 대한 위기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의 기본은 법치에 의해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사회자본의 핵심 요소인 사회적 신뢰도 흔들릴 수밖에 없어 우리나라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당 문제를 접근함에 있어서 진영 논리나 정파적 이해관계는 배제돼야 마땅하다.

그런데 지금 정치권이 보여주는 모습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여당은 해당 문제를 애써 외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고, 야당은 이 문제에 대해 목소리는 높이는데 정작 문제의 궁극적 해결에 대해서는 자신 없는 모습을 보인다. 탄핵을 주장하자니 수적 열세 때문에 가능하지 않을 것 같고, 그렇다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딜레마에 야당이 빠져 있다는 것이다.

또 대법원장이 바뀌게 되면 새 대법원장의 임기가 6년이어서 다음 정권 내내 새로 임명된 대법원장과 함께 가야 할 경우도 야당은 계산할 수 있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이런 계산을 하는 것은 옳은 접근 방식이 아니다. 정치권이 진정으로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여야 구분 없이 정공법으로 나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미래 앞에서 정치적 계산은 있을 수 없음은 분명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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