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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진정성 부족한 사과로 되레 판 커진 ‘쌍둥이 학폭’ 논란

인기 절정의 유명 배구선수 이재영-이다영의 학생시절 폭력 논란이 연일 확산되고 있다. 자필의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파장이 잦아들지 않는 모습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진상규명과 엄정 대응을 촉구하는 서명자가 12만명을 넘어섰다. 그렇다고 이들에 대한 제재가 결코 가볍다고 할 수도 없다. 대한배구협회는 두 선수를 국가대표 선발에서 제외키로 했으며, 이들이 소속된 흥국생명 배구단에서는 무기한 출장 정지 조치를 내렸다. 이렇게 되면 당장 선수생활은 물론 향후 지도자로 나서는 것도 쉽지 않다. 어쩌면 운동선수의 생명에 종지부를 찍게 될지도 모를, 고강도 징계다. 대한배구협회는 학폭 연루자는 앞으로 프로무대를 아예 밟지 못하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책도 마련했다.

그런데도 이들에 대한 비판여론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당사자들의 사과에 진정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이 공식적으로 내놓은 것은 SNS를 통해 올라온 사과문 한 장이 전부다. 그나마 내용을 뜯어보면 도무지 사과를 하겠다는 마음이 있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우선 피해자에 대한 사과가 한 마디도 없다. 이다영 선수 명의의 사과문은 피해자가 아닌 배구팬 등 불특정 다수의 일반인을 향한 사과다. 사과를 하는 대상은 피해자여야 하고, 그 피해자가 용서를 해야 비로소 마무리되는 것이다. 그러나 이다영 선수의 사과문에는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는 대목은 찾아볼 수 없다.

게다가 잘못했다고 하지만 그게 무엇이고 어떻게 잘못된 것인지도 적시하지 않았다. 그저 ‘깊은 죄책감’ ‘자숙하고 반성’ 등 상투적이고 의례적인 사과 문구로 일관된 듯한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문제가 되니 사과를 하지만 실제 마음은 없다는 오만함마저 엿보인다.

진정성이 없는 사과는 더는 사과라고 할 수 없다. 당장 눈앞의 위기를 모면하고 보자는 사과는 사태를 되레 악화시킬 뿐이다. 비단 이번 배구계 학폭 사태뿐이 아니다.

정치권에서는 비일비재한 일이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불행으로 몰고 갔던 성비위 사건만 해도 그렇다. 박 전 시장이 속했던 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공개사과한 것은 사건 발생 몇 달이 흐른 뒤다. 그것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민주당이 애초 약속을 깨고 후보를 내야 할 상황에 이르자 마지 못해 꺼내 든 사과였다. 이른바 ‘사과 정치’인 셈이다. 영혼 없는, 입에 발린 사과는 국민을 무시하는 행위이고, 피해 당사자에게는 가혹한 2차 피해다. 이번 사태가 학폭 근절과 사과의 진정성을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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