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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미술품 물납제, 전향적 공공논의 할 때 됐다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등 12개 단체와 박양우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한 8명의 전직 장관이 3일 ‘상속세의 문화재·미술품 물납제’ 도입을 호소하고 나섰다. “귀중한 문화재나 뛰어난 미술작품들이 재산 상속 과정에서 제대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한 채 급히 처분되지않도록 물납제 대상에 포함시켜 달라”는 주장이다. 소중한 문화유산과 수준 높은 미술품을 잘 간직함으로써 “우리 문화가 한 단계 더 성숙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미술품의 상속세 물납제 도입 요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10여년 전부터 유명 작가의 타계나 문화재단의 상속 때마다 꾸준히 제기된 문제다. 특히 지난해 5월엔 일제시대 문화재 수호의 대명사인 간송미술관이 경영난과 거액의 상속세에 못 이겨 국가지정문화재인 삼국시대 보물 2점을 경매에 내놓으면서 뉴스의 초점이 되기도 했다. 최근엔 문화재급 고미술품과 국내외 걸작의 근현대미술품으로 구성된 ‘이건희 컬렉션’을 상속받은 유족들이 컬렉션의 시가 감정에 나서면서 또다시 그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워낙 고가의 미술품이 많아 감정가도 조 단위를 훌쩍 넘고 물납이 아니면 해외로 팔려나갈 게 뻔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엔 문체부가 직접 나서 전문가 토론회를 열기도 했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논의되는 등 제도화 분위기는 급물살을 타는 상황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입법·정책 보고서까지 냈다.

이쯤 됐으면 이제는 간헐적이고 단발적인 논의에 그쳐서는 안 된다. 법제화를 위한 전향적인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부동산과 유가증권으로 한정된 상속 증여세법상 물납 허용 대상에 미술품과 문화재를 포함시키는 것으로만 끝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물납 가능한 미술품의 정의부터 공정하고 객관적인 가치평가 체계의 마련, 사후관리 방안까지 목적에 부합하는 제도도 정착시키기 위해 병행돼야 할 작업들은 방대하다. 이렇다 할 공신력을 지닌 평가기관 하나 없는 상태에서 감정평가사와 예술계 전문가 간에 영역 다툼부터 일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미 제도가 안착된 선진국들의 사례를 모방만 해서도 안 될 일이다.

무엇보다 미술품 물납제는 세수에 영향을 미친다. 물납에 따른 현금 납부액 감소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다양한 전시 등으로 물납된 미술품의 사회적·문화적 공공가치를 높이지 못하면 국민에겐 또 다른 특혜로 비칠 뿐이다. 무분별한 해외 반출 방지 효과조차 빛을 잃는다. 안 그래도 탈세나 비자금 조성에 악용돼 부정적 시각이 만만찮은 게 게 미술품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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