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사퇴한 뒤 검찰 청사를 떠나며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정윤희 기자]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도전하는 여야 후보들이 저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접점 경쟁에 나섰다. 유력한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한 윤 전 총장과의 관계를 부각해 ‘윤석열 효과’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특히 적극적인 쪽은 야권 후보들이다. 윤 전 총장이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운 끝에 사퇴한 만큼 ‘야권 인사’로 분류되는 데다, 최근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수직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1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에서 열린 초중고 학부모 간담회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윤 전 총장과) 직접은 아니지만, 모종의 의사소통이 시작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일화 이후에 얼마든지 서로 만나볼 수도 있고 협조할 수도 있다”며 “앞으로 뜻을 모아 함께 할 일이 참 많을 것”이라며 연대 의사를 내비쳤다. 또 “그분의 행보에 대해 제가 말씀드리는 것이 도리는 아닐 것 같다”면서도 “그분의 정치 행보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도 했다.

오 후보는 전날 KBS 인터뷰에서도 “제 희망사항을 말씀드리면 윤 전 총장께서 만약에 대권 행보를 하시게 된다면 아마 서울시장 오세훈과 가장 잘 궁합이 맞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러브콜을 보냈다.

국민의힘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열린 4·7 보궐선거 서울선거대책위원회 발대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과거 5년 전 총선 당시 윤 전 총장을 만나 비례대표직을 제안했던 인연이 있다.

안 후보는 이날 국회서 보육정책을 발표한 후 기자들과 만나 “2016년 초에 서울에서 만나 여러 가지 고민들을 나누고 서로 어떤 사람인지 알 기회를 가졌었다”고 말했다. 다만, 사퇴 이후 연락을 한 적 있느냐는 질문에는 “그때(2016년) 만난 이후로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나눌 기회는 없었지만 간접적으로 지금 상황에 대해 듣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윤 전 총장은) 야권에 속하는 분이시고 정권교체에 도움이 되는 큰 역할을 하시면 좋겠다”며 “정권교체를 위해 야권이 넘어야 할 것이 이번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이니 거기서도 어느 정도 역할을 기대한다”고 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CBS라디오에서 “최근 윤 전 총장의 사퇴 이후에 안부와 관련해서 제가 소식을 묻고 (안 후보에게) 전달해드렸다”며 “안철수와 윤석열이 함께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기대하셔도 좋을 것 같다”고 했다.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 당 서울시장 후보로 나선 안철수 당대표가 '아이 키우기 좋은 서울' 보육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윤 전 총장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현재 거론되는 다른 후보들과 윤 전 총장 간 관계를 봤을 때, (윤 총장은) 저와 가장 편하게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일 것”이라고 윤 전 총장과의 관계를 은근히 부각시켰다.

박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지금까지 ‘윤 전 총장이 (향후 정치행보를) 어떻게 한다더라’하는 것은 다 소설이라고 전해 들었고, 실제 확인도 했다”며 “직접적인 (판세 변화의) 원인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후보는 또, “윤 전 총장과는 국정원 수사 당시부터 제가 국회 법사위원장을 했었기 때문에 그 시절부터 간간이 일이 있을 때마다 연락을 해왔던 사이”라며 “(윤 전 총장의) 지지율 등락 이런 것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패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전문가들도 윤 전 총장이 4·7 보궐선거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내놓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투기의혹에 대한 비판처럼 당분간 ‘메시지 정치’를 이어갈 것이란 관측이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윤 전 총장이 어떤 형태로든지 이번 보궐선거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며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야권 후보 진영에서도 윤 전 총장을 활용하거나 도움을 받으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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