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우파 유튜브’서 보수 표심 확보
吳 손 든 서울시민…“뚜벅이 통했다”
야권 서울시장 보궐선거 단일 후보로 선출된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23일 국회 소통관에서 소감을 밝힌 뒤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이상섭 기자] |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 '보병전'이 '공중전'을 이겼다.
23일 국민의힘·국민의당 단일 서울시장 후보가 된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최근 일주일 동안 서울 12개구를 찾는 등 '보병전'에 주력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국민의당 대표)는 같은 기간 우파 성향의 유튜브 채널 5곳에 출연하는 등 '공중전'에 집중했다. 선거전문가들은 "중도·무당층으로 지지층을 확장하기 위한 오 후보의 '뚜벅이 전략'이 통했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에 따르면 오 후보는 이달 초·중순부터 서울 전(全) 자치구를 대상으로 보병전을 본격화했다. 오 후보는 이날에도 동작·마포·강북·성북구 등 서울 4개구를 찾으려고 했다. 지금은 단일 후보로 전열 정비를 하기 위해 일정을 모두 취소한 상태다. 오 후보는 15일 양천구에서 정책간담회를 하고 이어 16일 영등포구, 17일 중·성북구, 18일 양천구, 19일 노원·종로구, 20일 중·종로·마포·서대문구, 21일 마포·은평구, 22일 강남·서초·도봉구 등에서 간담회 혹은 현장방문 일정을 소화했다. 특히 21일에는 마포구 홍익대에서 2시간30분가량 일명 '뚜벅이 투어'를 하며 거리에서 시민과 인사했다. 오 캠프 관계자는 "지난 의원총회에서 응원차 받은 운동화가 닳을 때까지 걷고 뛰겠다는 마음가짐"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오 후보가 핵심 지지층을 보수에서 중도·무당층으로 확장하기 위해 보병전에 주력한 것으로 봤다. 이런 골목 민심 훑기가 100% 시민여론조사로 이뤄진 단일화 경선에서 '낙승'을 이끄는 데 큰 도움이 된 것으로 분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연합] |
반면 안 대표는 거리 일정을 소화하는 한편 우파 성향의 유튜브 출연에도 힘을 쏟았다. 안 후보는 전날 유튜브 '이봉규 TV'와 '조갑제 TV'에 연이어 얼굴을 비쳤다. 각각 구독자 65만명, 40만명을 가진 채널이다. 그는 16일 '펜앤드마이크 TV', 17일 '배승희 변호사'와 '신의 한수', 21일 '전옥현 안보정론 TV'에 출연했다.
중도층 확보에 강점을 보인 안 대표가 보수층을 끌어오기 위해 유튜브 출연 전략을 고수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나름의 성과도 거뒀다는 평이 적지 않다.
하지만 안 대표는 유튜브 출연 중 일부 발언으로 논란에 휘말리는 등 아슬아슬한 상황이 노출됐다. 경선이 이뤄지는 당일인 전날 '이봉규 TV'에서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겨냥해 "도쿄에 아파트를 가진 아줌마는 충분히 상대 가능하다"고 한 일이 대표적이다. 최인호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안 후보의 '아줌마' 발언을 놓고 "안 대표의 성평등 인식 수준이 얼마나 한심한지를 보여준다"며 "여성 비하, 성차별적 무개념 발언에 대해 즉시 사과하라"고 반발했다. 이어 "4선 국회의원에 원내대표, 장관을 지냈어도 안 후보에게 여성 정치인은 한낱 '아줌마'일 뿐인가"라며 "만약 상대 후보가 남성이었다면 '도쿄 아저씨'란 표현을 썼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안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불편함을 느낀 분이 계시다고 하면 다신 그런 용어는 쓰지 않을 생각"이라고 사실상 사과했다.
정치권에서는 보병·공중전과는 별개로 오 후보가 안 대표를 꺾은 것은 제1야당 후보로의 프리미엄, 정권심판론으로 기운 중도층의 판단, 오 후보의 개인기 등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안 대표와의 단일화 협상 중 국민의힘 실무협상팀은 비교적 느긋한 태도를 보였는데, '시간은 제1야당 후보 편'이라는 인식도 엿보였다. 실제로 시간이 지날수록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오 후보는 완만한 상승 곡선을 그렸고, 안 후보는 정체된 모습을 보였다.
오 후보의 승부사적 기질도 승리를 이끈 요인으로 꼽힌다.
오 후보는 특히 안 대표와의 막판 '양보 배틀'에선 당 지도부가 요구한 10% 유선 조사를 당 지도부와 논의하기에 앞서 스스로 내려놓으면서 진정성을 내보였다.
오 후보는 선출이 확정된 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슴 한편에 있는 무거운 돌덩어리를 내려놓게 됐다"고 승리 소회를 밝혔다.
그는 맞상대였던 안 대표를 향해 "단일화 전투에선 대결했지만 정권심판 전쟁에선 제 손을 꼭 잡아달라. 무능하고 무도한 정권을 심판하는 길에 제가 앞장서겠다"고 했다. 박 후보를 겨냥해선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는 식의 괴벨스식 선전·선동, 거짓말을 앞세우는 외눈박이 공세에 절대로 굴복하지 않는다"고 날을 세웠다.
안 대표는 경선 결과 이후 약 45분 후 입장문을 내 "여론조사 결과를 서울시민의 선택으로 인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며 "야권 승리를 위해 열심히 돕겠다"고 밝혔다.
yu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