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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종석 또 ‘박원순’…누구를 위한 헌사?[정치쫌!]
박영선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 자제요청에도
임종석 전 실장, SNS서 연이틀 ‘박원순 예찬’
“피해자 여전히 고통…공·과 분리 부적절” 비판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저라는 존재와 피해사실을 인정하지 않는 듯 전임 시장의 업적에 대해 박수치는 사람들의 행동에 무력감을 느낍니다.” -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사건 피해자 A씨 (지난 17일 기자회견에서)

”박원순은 정말 그렇게 몹쓸 사람이었나. 그는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였다. 매순간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자 치열했던 박원순의 이름 석자를...” -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지난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임종석 전 비서실장의 연이은 ‘박원순 예찬’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24일 라디오 방송에서 “앞으로 그런 일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자제를 요청했지만, 임 전 실장은 개의치 않고 이날도 SNS에 박 전 시장의 공(功)을 늘어놓는 글을 올렸다.

임 전 실장은 페이스북에서 “시장의 질서나 기업의 효율 등을 무시한다는 비판 등 비판적 시각도 많지만 박 전 시장의 당선은 서울시민들의 생각이 변했다는 방증이었다”고 평가한 뒤 “박원순은 ‘더디가도 사람 생각하자.’ 안전한 서울, 깨끗한 서울, 걷기 좋은 서울 등 시민의 새로운 요구에 순명해 속도를 줄이고 안전을 강화하고 인도를 넓히고 서울심야버스를 도입하고 자동차 제한 구역을 늘리려 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건물 고도를 제한하고 경관 심의를 까다롭게 하고 문화재는 무조건 지키고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재창조해내려 무모함을 자처하기도 했다”, “생활 공간속에 신재생에너지를 설계하고 도시 농부를 키우려 노력했고 곳곳에 사람 냄새나는 마을 공동체와 공유경제를 장려하고 마을도서관과 북카페를 대폭 늘려나갔다”, “복지와 문화 시설을 늘리는 데 힘을 쏟고 서울형 공공어린이집을 획기적으로 확대했다”고 언급하면서 박 전 시장의 공을 한껏 치켜세웠다.

임 전 실장은 그러면서 “아픔과 혼란을 뒤로하고 선거를 다시 치르는 이 시점에 이런 문제들에 대한 성찰과 평가도 이뤄져야 한다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치권과 여성단체 등 시민사회에서는 즉각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피해자의 호소처럼 ‘박 전 시장의 사망 이후에도 그의 위력이 여전히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박 전 시장의 ‘공과(功過)’를 분리해서 보자고 주장하기에 부적절한 시점이라는 지적이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피해자 입장에서는 삶을 송두리째 흔든 사건이고 2차 피해가 여전히 계속되는 상황인데 그러한 사정들을 감안하지 않은 모습”이라며 “부적절하고 아쉬운 태도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평정을 찾은 시점이면 몰라도, 2차 가해로 피해자가 여전히 고통받고 있는 상황에서 설령 ‘공’이 매우 크다 하더라도 언급을 자제해야할 시점이라는 설명이다.

박 전 시장의 성폭력 사안을 ‘그의 공을 가릴만큼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니다’라고 보는 낮은 젠더 감수성이 깔려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여성학자는 “임 전 실장 발언이 박 전 시장 지지층을 결집시키려는 의도를 담았다는 해석도 있지만 본질적으로는 이 사안을 박 전 시장의 사소한 잘못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이 있기 때문일 것”이라며 “86세대(1980년대 학번, 1960년대생)의 낮은 젠더 감수성이 여실히 드러난 것 같다”고 꼬집었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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