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바로보기] 46만 재일교포의 빛과 그늘

지난달 말 일본에서 모처럼 밝은 뉴스가 전해졌다. 한국계 민족학교 ‘교토국제고’가 제93회 고교 야구대회에 처음으로 출전했다. 외국계 학교가 인기 높은 고교야구 본선에 진출한 것은 사상 처음이다. “동해 바다 건너서 야마토(일본의 옛 이름) 땅은 거룩한 조상 옛적 꿈자리....” 두 차례의 시합에서 이 학교의 교가가 NHK방송을 통해 한국말로 일본 전역에 울려 퍼졌다. 비록 2회전에 패해 8강 진출이 좌절됐지만 경기장을 찾은 재일교포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교토국제고의 선전 덕분에 타국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재일교포들이 새삼 주목받았다. ‘재일교포’ 또는 ‘재일동포’로 불리는 재일 한국·조선인은 일본의 외국인 가운데 한국과 북한(현지 표기 조선) 국적 사람을 지칭한다. 독립 행정법인 통계센터(2020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과 북한 국적의 중·장기 체류자는 46만3154명. 한국계 43만5459명, 북한계 2만7695명씩이다.

한국인이 일본에 공식 이주한 지가 올해로 111년째다. 1910년 한일 강제 병합으로 외국인에 대한 입국 제한 규정이 한국인에게 적용되지 않자, 당시 한반도에서 많은 사람이 일본으로 건너갔다. 2차세계대전 종전 직전 재일교포 수는 200여만명에 달했다. 징용자들이 광복과 함께 한국에 돌아오면서 그 숫자가 많이 줄었다. 일본에서는 이들을 ‘올드 커머(Old Comer)’라고 부른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이후 일본에 가서 장기 체류하고 있는 재일교포는 ‘뉴커머(New Comer)’로 분류한다. 1980년대 우리나라의 여행 자유화를 계기로 유학이나 비즈니스 목적으로 갔다가 자리 잡은 경우다. 대부분 학력 수준이 높고, 전문직 종사자도 많다. 국교정상화 당시 재일교포는 70여만명 수준이었다. 교포 2, 3세대로 내려오면서 취업이나 사업 등의 이유로 일본인으로 귀화하는 사례가 늘어났다.

재일교포 1세대는 민족 차별이 심한 사회환경 속에 살아남기 위해 악전고투했다.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워 음식점, 사금융, 파칭코, 폐품 도매업 등 3D업종에 많이 종사했다. IT(정보통신)업계를 선도하는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 회장이 사업을 시작한 배경이기도 하다. 1957년생으로 재일교포 3세인 손 회장의 어린 시절 꿈은 초등학교 선생님, 화가, 정치가였다. 그는 선생님과 정치가는 한국 국적으로 될 수 없다는 얘기를 듣고 포기한 뒤 사업가가 됐다. 롯데그룹이나 신한은행처럼 교포들이 세운 대기업도 꽤 있다.

성공한 재일교포들은 교육사업에도 많은 관심을 가졌다. 어린 시절, 공부하고 싶어도 제대로 된 교육을 받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교토국제고도 이들의 땀과 열정이 모여 문을 열 수 있었다. 교토국제학원은 1947년 교토조선중학교로 출발한 뒤 1958년 교토한국학원으로 승인을 받았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재일교포들은 한일 관계가 악화할 때마다 혐한 분위기에다 매출 감소로 시름이 깊어진다. 2019년 시작된 무역 마찰에다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위기에 처한 교포들이 많다.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고, 양국 사이도 정상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인한 시사아카데미 일본경제사회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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