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 급등한 날…” 쿠팡이츠 그림자가 비쳤다! [IT선빵!]
[최준선의 값!] 5. 카카오모빌리티의 ‘물류업 진출’ 가능성

[헤럴드경제=최준선 기자] 카카오가 액면분할을 마치고 거래를 재개한 지난 15일,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8% 급등 마감했습니다. 장 초반에는 상승폭이 18%에 달하기도 했네요. 이튿날인 오늘 다소 조정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래도 시가총액 50조원은 굳건히 지키는 모습입니다.

액면분할 하나로 급등? 뭔가 더 있지 않을까

그런데 액면분할 이슈 하나만으로 시총 수십조원 기업의 주가가 이처럼 급등했다는 게 다소 의아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호재는 없었나 살펴봤는데요, 마침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모빌리티에서 이날 오전 보도자료를 배포한 게 있었습니다. 꽃배달·간식배달 등 기업고객을 대상으로 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즉 ‘퀵사업’에 진출하겠다는 내용이었는데요. 고객도 기업으로 한정되고, 배달 대상도 꽃과 간식뿐이니 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여겼습니다. 하지만 보도자료 끝에 담긴 부사장의 멘트는 가벼이 지나칠 수 없더군요.

안규진 카카오모빌리티 사업부문총괄(CBO) 부사장)
업무용 이동 수단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물류와 상품의 이동에 이르기까지 업무에 필요한 모든 이동을 제공하겠다.

‘모든 탈것을 제공합니다’라고 했던 게 기존 카카오모빌리티였다면, 앞으로는 ‘원하는 모든 것을 탈것에 태워 보내드립니다’로 바꾸겠다는 겁니다. 다소 과장하면 물류업으로 진출하겠다는 선언인데요. 궁금해져서 카카오 측에 문의했더니 답변이 더 놀랍습니다. 배송인력으로 전업 퀵기사뿐만 아니라 아르바이트 및 투잡으로 배송할 일반인 인력까지 모집할 계획이라는 겁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기업이 있지 않으세요? 네, 맞습니다. 쿠팡이츠와 배달의민족입니다.

퀵 서비스 되는데 배달을 못 할쏘냐

사실 카카오가 진출하겠다는 퀵사업은 배달산업의 한 부분입니다. 실제 국내 퀵시장의 70%를 점유한 1위 업체 인성데이타는 음식배달 대행시장에서도 강자예요. ‘생각대로’ 브랜드로 거래액과 주문 건수 기준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죠. 이륜차 등 운송 수단을 갖고 있는 개인사업자(특수고용노동직)와 배달 서비스를 원하는 일반고객을 연결시켜 준다는 점에서 퀵과 배달의 본질은 같습니다.

이미 ‘카카오 주문하기’ 있는데?

잠깐 샛길로 새서, 배달시장 현황을 살펴볼게요. 앞선 연재 기사(참고: 배달오토바이 뒤에 숨은 ‘몸값’이 1조원이라던데…)에서 배달시장이 크게 ▷배달 중개앱 ▷배달대행사(실제로는 배달 소프트웨어업체) ▷지역 배달대행사 세 축으로 나뉜다고 설명드렸던 것 기억나시나요?

배민은 처음에 배달 중개앱으로 출발했고, 실제 배달은 가게가 알아서 처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업계에선 ‘마켓플레이스(MP) 모델’이라고 부른다네요. 2015년 ‘배민라이더스’를 출범시키며 일부 배달인력을 내재화하긴 했지만 여전히 95% 넘는 배달이 외부 대행사를 통해 이뤄지고 있습니다.

반면 쿠팡이츠는 처음부터 세 축을 모두 품었어요. 가맹점주는 쿠팡이츠 플랫폼에 입점하고, 배달인력은 ‘쿠팡이츠 배달파트너’라는 이름으로 모여들어 쿠팡이츠 소프트웨어를 통해 업무를 배정받습니다. ‘자체 배달(OD·Own Delivery) 모델’이라고도 하더군요. 주문 중개도, 배달도 자체적으로 하게 되니 다양한 혁신이 가능해집니다. 한 번 배달할 때 한 가지 음식만 배달하는 ‘단건 배달’이 대표적이죠. 처음부터 100% 단건 배달 서비스로 시장을 공략한 사업자는 전 세계적으로 쿠팡이츠가 유일하다고 합니다.

배달인력 자체화한다면…“또 하나의 쿠팡이츠?”

다시 본론인 카카오로 돌아올게요. 카카오는 지난 2017년부터 카카오톡상에 ‘주문하기’라는 서비스를 도입해 배달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배달은 지정된 외부 배달 대행사만 쓰도록 하고 있어요. 즉 가맹점주들에게 판매공간만 제공하는 MP사업자죠. 하지만 MP 모델만으로는 이미 같은 방식으로 전국을 재패한 배민을 넘어서기 어려웠어요. 카카오의 점유율이 출범 3년여가 지났는데도 1%대에 그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만약 카카오가 퀵 서비스를 기업고객에 국한하지 않고 일반인으로까지 확장한다면? 또 그 서비스 내용에 음식배달까지 포함된다면? 가정에 가정을 거듭하긴 했지만 쿠팡이츠와 같은 OD사업자가 또 하나 출범할 가능성이 없지 않은 겁니다.

OD 모델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배민이 11년 동안 확보한 업주가 25만업주인데, 쿠팡이츠는 단 2년 동안 그 절반인 12만업주를 모았어요. 젊은 층 비중이 커 ‘혁신의 테스트베드’로 볼 수 있는 서울 강남3구·용산 등에서는 주문 건수를 기준으로 이미 배민의 점유율을 넘어섰습니다. 미국에서도 단건 배달을 내세운 도어대시가 무섭게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시장 1위를 꿰찼고요.

미국 배달앱 도어대시가 2020년 10월 기준 점유율 50%를 기록하며 업계 1위를 수성했다. 2018년 1월 시장 점유율 17%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한국투자증권 자료]
쿠팡 뒤에 있는 ‘슈퍼 쩐주’? 카카오도 있다

사실 OD 모델 자체가 위력적이라기보다는 어마어마한 자본력이 뒷받침됐기 때문이겠네요. 단건 배달은 기본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수반합니다. 한 시간에 5개 배달하던 기사에게 2개만 배달하라고 하면, 그만큼 건당 배달비가 높아야 할 텐데요. 그 비용에 대한 분담 비중을 봤을 때 아직 가맹점주보다는 플랫폼 측이 높습니다. 엄청난 적자를 감수하더라도 일단은 고객 체험을 늘리고 점유율을 높여야 한다는 쿠팡의 ‘의도된 적자’ 전략이 쿠팡이츠에도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는 거죠.

카카오 및 카카오모빌리티가 쿠팡이츠처럼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카카오모빌리티도 지난 2017년 미국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텍사스퍼시픽그룹(TPG) 등으로부터 5000억원을, 지난 2월 세계 3대 PEF 운용사인 칼라일로부터 2200억원을, 지난주에는 구글로부터 565억원을 투자받았습니다. 이르면 내년 미국 상장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성공적으로 마치면 또 한 번 막대한 자금이 유입되겠죠.

자영업자들은 이미 알고 있다!

물론 카카오가 실제 음식배달에 나설지, 퀵사업을 위해 모집하겠다는 일반인 플랫폼 노동자를 배달인력으로 활용할지 등 정해진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아직은 이런저런 시나리오가 거론될 뿐이죠. 하지만 최근 자영업자분들 얘기를 들어보면, 최근 들어 카카오 ‘주문하기’에 식당을 입점시키려는 영업이 아주 활발하다고 해요. 쿠팡이츠가 건당 1000원을 받는 중개수수료를 카카오는 주문금액의 2%로 잡고 있네요.

카카오 ‘주문하기’ 영업 전단지 이미지.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 캡처]

최근 지역에서 카카오 주문하기 서비스를 영업하고 계신 것으로 추정되는 한 네이버 카페회원이 홍보차 올린 글이 있는데요. 본사의 ‘오피셜’ 멘트는 아니지만 단서가 될 수도 있을 듯해 가져와 봤습니다.

국민 4500만명이 사용하고 있는 카카오톡에서 바로 주문이 가능하다는 것 알고 계신가요? 8월부터 카카오에서 인터넷 마케팅, 홍보를 대대적으로 한다고 합니다. 배달의XX 따라잡기 위해 이를 갈았다고 하는데, 그 기대효과는 상상 이상으로 클 듯합니다.

hum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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