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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세계는 반도체전쟁, 이재용 사면 건의 긍정 검토해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 지난 16일 대한상의에서 열린 부총리·경제단체장 간담회 자리에서 홍남기 부총리에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공식 건의했다. 이날 간담회엔 손 회장을 비롯해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구자열 무협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 반원익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부회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의 면면으로 볼 때 이날 건의는 재계 전체의 의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 부총리는 “건의 내용을 다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의 소관 업무지만 홍 부총리도 그냥 전달만 하고 말 일이 아니다. 적극적인 긍정 의견 전달이 필요하다. 게다가 그는 지금 총리 대행 아닌가.

재계 전체가 개인의 사면을 건의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다. 그런데도 한목소리를 내는 건 그만큼 중요하고 화급하다는 얘기다. 지금 반도체시장에선 전쟁과 같은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은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반도체 패널을 들고 19개 글로벌 기업에 대미 투자 확대를 촉구했을 정도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업체인 대만의 TSMC는 올해 신규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즉각 화답했다. 삼성전자는 미국에 170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제2 파운드리공장 건설계획을 검토하면서도 응답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국정농단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뒤 형이 확정돼 수감 중이다. 코로나19 때문에 변호인 외엔 면회도 어렵다. 기껏 주 1회 10분이 고작이다. 옥중 경영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일부에선 이 부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도 삼성전자가 좋은 경영실적을 냈다는 점을 들어 반대 주장을 하는 모양이다. 반도체는 물론 산업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소리다. 지금의 영업실적은 과거에 투자한 것을 거둬들인 결과일 뿐이다. 현재가 미래를 담보하는 건 아니다. 지금 투자의 방향과 규모를 정해야 향후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이 그나마 어렵게 유지하는 반도체산업의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면 정확하고 빠른 의사결정이 필수다. 이미 삼성전자는 평택캠퍼스 P3 라인에 대한 투자계획 발표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재계가 이 부회장의 경영 복귀와 진두지휘를 위해 사면을 건의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정부는 최근 반도체산업의 규제 완화와 세제 인센티브 개선 등을 논의 중이다. 여기에 이 부회장 사면을 병행하면 효과는 배가될 것이다. 사면으로 그의 허물을 덮자는 게 아니다. 국가경제를 위해 보답할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모든 일엔 때가 있다. 이미 지고 난 전쟁에 장수와 보급품은 아무 소용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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