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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신라이프] 고수전설,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무술계에는 수많은 고수의 전설이 전해지고, 다시 이 전설은 영화나 드라마·만화·소설 등 픽션 소재로 사용된다. 막상 현실에서 이런 고수들을 만나보기는 쉽지 않다. 되레 많은 전통무술 고수라는 사람들이 고수의 면모를 보이기는커녕 현대격투가들에게 어이없이 패하는 모습만 자주 보게 되니 왜일까.

무술계에서 20년 넘게 활동 중인 필자 역시 그런 옛 고수들의 전설에 대해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편이다. 원래 사람은 자기 경험을 왜곡해서 기억하고 타인에게 전할 때 과장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착시 현상처럼 실제로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감각적으로 부정확하게 인지하고 믿을 때도 많다.

현장에서 여러 차례 확인한 오류 중 대표적인 몇 가지 사례가 있다.

필자는 진검을 든 학생의 긴장을 이용해 칼을 뺏은 적이 있고, 문 뒤에 숨어서 놀라게 하려던 학생을 우연히 먼저 발견한 적도 있다. 이후 그 학생은 필자를 대단한 고수로 여기기 시작했다. 필자가 지도하는 대동류합기유술 수련 중 한 학생이 기술을 받고 나서 “날았어요, 지금”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한 발 정도 떠서 움직였을 뿐이다. 또 다른 수련생도 기술을 받았을 때는 “천 길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기분”이었는데 나중에 영상을 보니 고작 10㎝ 정도 움직였더라고 한다.

즉, 우연히 일어난 결과를 인과관계로 믿거나 4D영화를 볼 때 느끼는 착각을 진짜로 일어난 것으로 믿는 것이다. 다행히 현대에는 영상으로 실체를 확인하기가 쉬워졌다. 다만 영상 기록이 없고 비밀 수련이 많았던 과거에는 알아차리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그래서 구전으로 전해지는 ‘엄청난 위력’에 대한 묘사들은 믿을 게 못 되는 것이다. 꼬집어 말하자면 그 위력이 거짓이라는 게 아니라 그 위력에 대한 기억과 묘사가 말이다.

왜곡된 기억의 문제는 그 기억을 재연하고자 할 때 비로소 적나라하게 드러나곤 한다. 자신이 무술 동작을 배울 때는 제 몸이 2m 날아간 것 같았는데, 입장 바꿔 남의 몸을 날리는 입장이 돼 보면 2m를 못 날리기 때문이다. 혹은 내가 2m 날아갔다는 걸 다른 사람 앞에서 다시 재연해보려고 해도 막상 자기가 얼마나 날아가나 주의를 기울여 기술을 받아보면 그리되지 않으니 이상한 노릇일 것이다.

그런 ‘감각 오류를 일으키는 것’을 하나의 기법으로 만드는 실마리로 삼는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대체로 자신이 겪은 그 감각의 임팩트가 너무 크다 보니 그걸 실제라고 증명하고 싶어 스스로 과장된 반응을 하고 기술을 거는 사람도 거기에 익숙해지면 그런 표현 자체가 형(形)으로 굳어질 때가 많다.

그러면 그것을 보고 배우는 후대의 제자들은 결코 실현될 수 없는 기술을 어떤 ‘경지’로 착각하게 되고, 그것을 구현하기 위해 스스로를 속이는 인지 부조화를 다시 겪는다. 이것을 또 다른 이에게 전하는 과정이 반복되면 일종의 가짜 뉴스처럼 해롭게 변질된다.

무술뿐만 아니라 옛날 사람들 혹은 동시대라 하더라도 타인이 남긴 것을 받아들일 때는 늘 그것이 진실로 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맥락 자체를 꼼꼼히 따져보고 내 기준과 조율을 할 필요가 있다.

김기태 A.S.A.P. 여성호신술 대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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