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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금융당국은 더는 가상자산시장 관리책임 회피 말라

국내 가상자산시장이 요지경이다. 과열을 넘어 광풍 수준이다. 게다가 참여자의 절반은 처음 발을 들여놓은 사람들이다. 이들이 주고받는 하루 거래액이 4월 들어서는 10조원을 넘는다.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것보다 많다. 주식시장보다 크다는 얘기다. 업비트와 빗썸 등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는 하루에 수십억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린다. 이익으로는 거대 초일류 기업이다.

국내 광풍이 이러니 가상자산의 국내 가격은 국제 가격보다 10% 이상 높다. 20% 이상 높은 날도 있다.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김프)’이다. 김프를 노리고 국내에서 팔아 차익을 챙기는 해외투자자들이 부지기수다.

상황이 이쯤 되면 증시에선 서킷브레이크가 발동되고도 남을 일이다. 하지만 당국의 대응은 변죽만 울리는 수준이다. 책임 회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 16일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사기, 불법행위에 대해 범정부 차원의 특별 단속을 벌인다고 발표했다. 금융위원회도 금융정보분석원(FIU)의 불법 의심 거래 분석 결과가 수사기관, 세무 당국에 신속히 통보되도록 단속과 수사 공조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언제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특별히 한다는 식이다.

더 우려스러운 건 가상자산시장 관리 책임을 금융회사에 떠넘기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금융위원회는 가상자산 출금 때 은행의 1차 모니터링 강화를 지시했다. 김프를 노린 차액거래를 은행이 막으라는 얘기다. 은행들은 연간 한도 5만달러에 매일 5000달러씩 가능하던 송금 규모를 월 1만달러로 하향조정하고 송금 사유와 자금 출처도 철저히 확인하기로 했다. 의심되는 거래는 보고를 넘어 지급 거절까지도 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법으로 5만달러 이상일 때만 송금 사유 확인이 의무화된 상황에서 반발하는 고객에겐 설명할 길이 없다.

가상자산 거래 시 사용되는 입출금 실명 계좌 발급과 확인 책임도 마찬가지다. 실명 계좌 발급 신청은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이뤄진다. 그런데 금융 당국은 은행이 거래소의 위험도, 안전성, 사업모델 등을 평가해 발급 여부를 결정하라고 한다. 아무런 평가 지침도 없이 100개에 달하는 거래소 평가를 은행에 하라는 건 어불성설이다.

정부가 해놓은 유일한 근본대책이라고는 연 250만원을 초과한 가상자산 양도 및 대여소득에 대해 20%의 세금을 내도록 소득세법을 고쳐놓은 일 뿐이다. 투자자 보호는 제쳐두고 세금 더 거둘 일에만 몰두한다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 당국은 더는 자산시장 관리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 잘 모르고 싫어도 할 일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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